[관망경]중앙부처 공무원의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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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 휴가 시즌이다. 하지만 예년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정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여름 휴가를 떠나겠다고 대답한 국민은 작년보다 8%p 줄어든 54.7%에 머물렀다. 휴가 기간을 앞으로 당기거나 아예 뒤로 미룬 것도 원인이지만 지난 4월 세월호 사고 이후 위축된 여행심리도 무시할 수 없다.

여름 휴가를 가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65.7%가 “여가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부족해서”라고 한다. 작년보다 10.2%p 증가한 수치다.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유독 마음에 걸린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휴가 기간에 쌓일, 혹은 누군가 대신해야 할 업무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세종정부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최근 장관이 바뀌었거나 아직 정해지지 않은 부처는 더욱 그렇다. 범부처가 관광 수요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내 여행 장려에 나섰지만 정작 본인들은 맘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 걸림돌은 휴가를 가지 않는, 혹은 업무의 연장선에서 휴가를 내는 ‘윗사람’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지만 상하관계가 뚜렷한 관료사회에서 상사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일부 부처 장관이 휴가 계획을 확정하고 직원 휴가를 독려했다는 소식은 반갑다.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직원의 국내 여행을 적극 권유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아직 휴가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장관도 있다. 일부는 휴가지에서도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각자 사정이 있고, 업무 열정에 대한 온도차가 있는 만큼 휴가 여부를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세월호 사고와 지방선거, 개각 등으로 지친 공무원에게 휴가는 남다른 의미다.

휴가시즌은 곧바로 국정감사로 이어진다. 업무의 폭증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재충전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우리는 여느 나라처럼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는 대통령·장관을 본 적이 별로 없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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