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노래방을 다닌 사람이라면 한 번쯤 분위기 잡으며 불러본 것 중에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라는 노래가 있다. 가수 이승환이 당시 작곡가 오태호와 결성한 ‘이오공감’을 통해 발표한, 당대의 발라드 명곡으로 꼽히는 노래다. 최근에는 KBS 주말드라마에 배경음악으로 삽입돼 다시 관심을 끌기도 했다. 드라마엔 원곡은 아니고 요즘 가수가 리메이크한 곡이 쓰였다.
발표된 지 20년도 더 된 노래가 최신 드라마에 등장한 것은 멜로디도 좋지만 남녀 주인공의 안타까운 모습을 표현하기에 안성맞춤인 가사의 힘이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나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라는 구절은 이 노래 제목으로 인식될 정도로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구절은 몰라도 이 부분만은 기억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여지없이 들어맞는 슬픈 예감에 난감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4월부터였던 것 같다. 이상하게 만나는 중소 부품업체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이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그저 불경기 탓이겠거늘 하며 흘려들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숨소리가 커져갔다. 다들 “2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실적이 깨졌다”며 “중소 협력사들도 고스란히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급기야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 실적 부진을 점치는 전망이 쏟아졌다.
노래 가사처럼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달 초 삼성전자가 내놓은 2분기 실적은 ‘어닝쇼크’ 수준이었다. 무선사업이 슬픈 예감을 뒷받침했다.
문제는 다음 실적인데, 삼성전자는 3분기 무선사업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일부 언론은 이를 받아쓰기에만 열심이다. 현실은 어떨까. 희망이 현실이 되길 바라지만 애플 차기작 발표와 중국 스마트폰 공세로 인해 힘들 것이라는 슬픈 예감도 여전하다.
미우나 고우나 아직은 삼성 의존도가 높은 게 우리 경제와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삼성전자에 대한 슬픈 예감이 빗나가기를 바란다. 모쪼록 슬픈 예감은 노래로만 감상했으면 좋겠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