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 먼저 치고 나가 선두주자의 반열에 오르는 것 자체가 경쟁력으로 평가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규제를 동반하는 정책 시행이라면 득실을 따지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먼저 치고 나가는 선도그룹에 포함되는 것이 국가 산업에 유리할 지, 아니면 그 불리할 지에 대한 판단이 그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23개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가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1월로 예정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2020년 이후로 연기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주판알을 두드려본 결과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 산업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경제계는 구체적으로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 3년간 최대 27조5000억원의 추가 비용부담이 발생해 생산·고용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내 놨다.
물론 경제계 주장이 다소 일방적인 측면이 있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 다른 측면에서는 관련 산업 선점 등 또 다른 기회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 경쟁국이자 주요 시장들이 아직 배출권거래제를 시행을 보류한다. 이산화탄소 배출 상위국인 중국·미국·일본 등이 실시하지 않는 국가단위 배출권거래제를 배출비중이 그들보다 낮은 우리가 먼저 시행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상황에 따라 정책을 다소 조정할 수 있다. 특히 거의 모든 경제단체와 협회가 한 목소리로 요청하는 사안인 만큼 이를 강행할 경우 후폭풍 우려도 제기된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법이 제정된 2012년 MB정부 당시에는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는 분위기였으나,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경쟁국보다 먼저 도입한 배출권거래제가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 경제상황은 지금 돌다리도 두드리고 가야 할 만큼 심각하다. 배출권 관련 산업 선점 여부도 불투명한 지금, 일단 유럽과 다른 나라들의 상황을 지켜본 뒤 시행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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