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기업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융·복합 기술과 제품으로 차별화를 해나가야 합니다. 단독 기술로는 그들을 따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제 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ICT융·복합 LED 보안등’으로 제1호 ICT융합 품질인증을 받은 김덕용 KMW 회장은 융합인증제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중국의 성장을 꼽았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KMW의 주력 사업 분야인 기지국 관련 부품 시장에서 중국은 많이 뒤처진 나라였다. 하지만 지금은 저렴한 가격뿐만 아니라 좋은 품질까지 갖추고 국내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김 회장이 융합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업 규모가 큰 중국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은 변화가 용이하다. 각 분야 기술을 융합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5년 전 LED조명 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동통신 기술과 LED 가로등을 접목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 회장은 “기술을 결합하면 경제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너지가 가능해진다”며 “일찍부터 정부 관계자들에게 ICT 융·복합 제품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와 제도 마련을 주장해온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짧은 기간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인증 기준을 마련하고 심사를 완료해줘서 고맙다”며 “융·복합 기술 발전을 위한 하나의 틀이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고 말했다.
우선 품질인증을 받은 제품이 시장에서 팔릴 수 있도록 정부가 판로를 개척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인증 제품 우대를 위한 제도는 아직 도입 전이다. 조달등록을 위한 분류 코드조차 없다. 공공기관 납품 시 혜택을 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 회장은 “아쉬운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인증을 받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제도 마련과 시행으로 첫 단추는 잘 꿰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업계 관심과 참여를 늘리기 위한 후속 조치”라고 말했다.
ICT융합 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토양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기업이 여러 기술 역량을 동시에 갖추기는 어렵다. 기업과 기업, 산업과 산업이 협력해 융합 기술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교류의 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ICT융합 기술과 산업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토를 다는 사람은 없다”며 “연구개발(R&D) 인력과 업계 관계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인프라와 이를 위한 예산이 있어야만 진정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