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이 최첨단 위조 방지 기술을 개발했다. 초정밀 금형에 나노 광공학 반도체 공정을 융합, 소비자가 손쉽게 위조품을 가려낼 수 있도록 했다. 복제도 불가능해 향후 정품 인증뿐만 아니라 여권·신분증 등 검증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에 두루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렌텍코리아(대표 안병희)는 ‘히든 이미지’ 패턴을 삽입한 위조 방지 기술 ‘씨그램(Seegram)’을 개발, 양산한다고 13일 밝혔다.
멀리선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어느 방향에서든 히든 이미지를 볼 수 있다. 패턴이 선명하고 표면을 평면 처리해 닳을 염려가 없을뿐더러 복제도 불가능하다. 히든 이미지로 기업 로고, 글자(최대 한글 3자) 등을 3차원(3D)으로 색을 입혀 넣을 수 있다.
그간 위조 방지 기술로는 홀로그램·전자태그(RFID)·마이크로렌즈 등이 쓰였다. 그러나 홀로그램은 패턴이 복잡해 소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없었고 RFID는 별도 해독기가 필요했다. 마이크로렌즈는 표면이 튀어나와 있어 마모되거나 복사될 가능성이 있고 패턴도 흐리다.
렌텍코리아는 일본 모터사이클 안전용품 전문 업체 코미네(KOMINE), 중국 국영 온라인 유통 업체 보세국제 등과 납품 계약을 맺고 이달 말 양산할 예정이다.
안병희 렌텍코리아 대표는 “위조·모조품으로 애를 먹는 글로벌 업체들의 수요가 많다”며 “담배·인삼 등 정품 검증이 필요한 기업들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씨그램은 정밀한 금속 금형 제조법의 하나인 전주 금형과 나노 광공학을 응용한 반도체 공정 기술로 만들어진다. 이미지 성형층에 나노 패턴으로 히든 이미지를 그리고 그 위에 초점 거리층과 복합 광굴절 렌즈층을 얹는다. 초점 거리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인몰드(In-mould) 기법’으로 사출, 렌즈 표면을 평면으로 구현해 닳거나 복제될 염려가 없다. 두께는 최소 0.17㎜에 불과하다.
안 대표는 “연내 지폐·신분증 등에도 적용될 수 있을 만큼 두께를 줄인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암시장(Black Market) 전문 조사업체 ‘하보스코프 닷컴’은 지난 2012년 기준 전 세계 위조품 시장 규모를 6300억달러로 추산했다.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위조품 시장은 260억달러 정도로 세계 10위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