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CNI, 금융계열사에 금융IT 매각 추진…대내외 금융IT 수행하는 첫 금융사 나오나

메리츠금융그룹에 이어 동부그룹도 계열 IT서비스기업의 금융IT 사업을 금융계열사에 넘긴다. 동부그룹은 국내 최초로 단일 금융계열사가 대내외 금융IT사업을 인수토록 할 계획이어서 금융권은 물론이고 IT업계도 주목한다. 고객 정보보호 요구는 높아지는 반면에 금융IT 시장이 축소되면서 IT서비스기업이 해당 사업을 금융계열사에 매각하거나 이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동부그룹은 계열 IT서비스기업인 동부CNI의 금융IT 사업을 동부화재·동부생명·동부증권 등 금융계열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7일 밝혔다. 동부CNI도 최근 중장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IT사업 부문 일부 매각을 검토한다고 공시했다.

동부CNI의 금융IT 사업 매각 방식은 국내 첫 사례다. 메리츠금융그룹의 메리츠금융정보서비스처럼 금융IT 사업을 유지보수 대상별로 분리, 금융계열사로 이관한 적은 있지만 금융IT 사업 전체를 단일 금융계열사에 매각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매각이 이뤄지면 동부화재·생명·증권 중 한 금융사가 나머지 금융사의 IT부문 유지보수와 시스템통합(SI)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금융계열사에 동부CNI의 IT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그러나 매각 대상 중 동부화재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조차 처음 있는 일이라 이렇다 할 입장표명을 못하고 있다. 단 계열사 간의 데이터 공유가 법적으로 금지된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데이터 운용에 대한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계열사가 다른 금융계열사의 IT를 지원하는 사례가 없어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금융지주 전환 후 IT자회사를 설립, 동부CNI의 금융IT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동부그룹은 금융계열사 대상 금융지주 전환을 위해 비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 금융계열사별로 영역을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은 추진 가능성이 낮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금융IT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분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부CNI는 금융IT 사업을 매각하면 IT부문 중에서는 공공 SI와 IT아웃소싱,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유통사업만 남는다. 지난해 전체 매출 3569억원 중 1906억원을 계열사 매출로 올렸다. IT서비스업계 관계자는 “동부CNI가 금융IT 사업을 매각하면 당분간은 매출이나 이익에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의 IT서비스기업인 메리츠금융정보서비스는 지난 4월 사업영역을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에 이관하고 법인을 청산했다. 고객 정보보호와 대외 금융IT 시장 침체가 원인이다.

한편, 동부CNI는 최근 동부팜한농 보유지분을 처분, 635억원을 확보해 단기 재무 유동성 위기는 모면할 수 있게 됐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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