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피해자들이 2주마다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일단 협상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반은 마련했지만 세부 합의점 도출 여부는 다음 협상을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2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삼성 반도체 사업장 근로자들의 백혈병 피해 문제를 논의하는 3차 협상을 가졌다. 삼성 측은 백수현 전무를 비롯해 6명이 참석했다. 반올림에서는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 부친 황상기씨와 소속 노무사 등 10여명이 자리했다.
양측은 지난달 2차 협상에서 △공식 사과 △합당한 보상 △재발방지 등에 힘쓴다는데 동의했다. 이날 협상에서는 이들 논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2주에 한 번씩, 2인 이상 실무자가 참여해 협상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피해자 보상에 우선점을 두고 보상안을 다루는 보상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 공신력 있는 전문기구를 통해 보상 범위와 규모를 정하자는 것이다. 삼성은 일단 협상에 참여한 8명 유족에게 먼저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반올림이 원한다면 제3의 기관을 통한 종합진단을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반올림은 삼성 측 제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후 다음 협상에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협상 후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백 전무는 “상당히 진솔한 대화를 나눈 자리였다”고 평했다. 황씨는 “(반올림이 앞서 요구한) 11개 안에 대해서는 삼성이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며 “성실한 답변은 듣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내용에서 이견도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관련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당초 약속과 달리 일부 고소를 취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성은 종결된 사안 외에는 고소를 취하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반올림은 “고소한 것 자체가 문제로 판단된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