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물량 감소로 위기에 봉착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글로벌파운드리스와 14나노미터(㎚) 핀펫(FinFET) 등 차세대 팹 플랫폼을 통합한 후 글로벌 팹리스 고객사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스 연합군이 파운드리 시장의 절대 강자 TSMC를 위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러 글로벌 팹리스 업체들이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서비스 라이선스 계약을 잇따라 진행 중이다. 얼마 전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28㎚ FD SOI 공정 파운드리 계약을 맺은데 이어 다른 팹리스 업체와도 추가 딜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파운드리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애플 AP 물량이 점차 빠지면서 시스템반도체 팹 가동률이 크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고객 확보로 애플 AP 물량 감소 충격을 최소화하는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최대 현안이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신규 고객 확보 움직임은 순조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글로벌파운드리스와 팹 플랫폼을 통합한 것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공정 기술뿐 아니라 지식재산(IP)과 셀 라이브러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팹리스 업체들이 파운드리 업체로부터 IP와 셀 라이브러리를 제공받은 후 칩을 설계하기 때문이다. IP와 셀 라이브러리에 따라 제조원가뿐 아니라 칩 성능도 상당히 달라진다.
그동안 IP 업체들은 최대 고객인 대만 TSMC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개발해왔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스가 팹 플랫폼을 통합하면서 무시못할 고객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14~28㎚ 미세공정 분야에서 두 회사는 TSMC와 맞먹는 중량감을 갖췄다. 최근 IP 업체들이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스 팹에 맞는 솔루션을 개발하기 시작한 이유다.
IP 풀이 확대되면 삼성전자가 팹리스 고객을 확보하는데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업계 한 전문가는 “미세공정이 진화할수록 필요한 IP는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며 “과거 45나노 공정에서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할 때는 IP가 100개 이하에 불과했지만, 20나노 공정에서는 200개 이상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스 연합은 14나노 핀펫 시대에 TSMC를 추월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기존 14나노 핀펫 공정기술 ‘14 LPE(Low Power Early)’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14 LPP(Low Power Plus)’를 개발하고 양산 공정 적용을 준비 중이다. 이르면 올 연말 LPE로 14나노 핀펫 칩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20나노 공정에 비해 처리속도를 20% 높이고, 전력은 35%가량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핵심 협력사 관계자는 “LPP는 LPE에 비해 성능은 높이면서도 전력은 낮춘 보다 진화된 기술”이라며 “삼성전자의 14나노 LPP 공정은 글로벌파운드리스 팹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위: 십억원 / *자료 : 메리츠종금증권>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