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간 준비작업을 거쳐 왔던 KB국민은행의 주전산시스템 교체 작업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로 난관에 부딪혔다.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가 유닉스 기반 시스템으로 교체하기로 한 이사회의 기존 결정에 의혹을 제기, 금융당국이 감사에 착수했다. 교체 결정은 상당히 오래전 이뤄졌으나 21일 1차 입찰제안서 마감을 앞두고 이 행장 측이 일종의 실력 행사로 금융당국 개입까지 이끌어 낸 셈이다. 입찰 절차를 진행했지만 차질은 불가피하다.
금융계는 이사회를 장악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행장간 갈등으로 인해 불거진 사태로 본다. 이 행장은 기존 장비공급업체인 IBM이 의혹을 제기하자 내부 감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이들이 꽤 있다. 교체 결정이 임 회장이 국민은행 사장 재임 시절 이뤄져 이를 빌미로 흔들기를 한다는 주장이다. 임 회장 측은 이사회가 충분히 검토해 결정한 사항이라고 밝혔지만 시비는 가려져야 한다.
내부 사정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보기술(IT) 업계에 준 충격파는 크다. 수많은 프로세스와 준비 작업을 거쳐 진행한 주전산시스템 교체 작업을 제안서 마감 하루 전에 뒤집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금융에서 IT는 정말 중요하다. 최근 일어난 서비스 장애 사고를 보면 단적으로 드러났다. 실시간 이뤄지는 금융거래가 중단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고객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주전산시스템 교체는 가장 중요하다. KB금융지주와 같이 대표적인 금융그룹이 부침개 뒤집듯 의사결정을 돌리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금융사가 IT를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짐작하게 한다. 많은 인력과 비용을 들여 입찰을 준비해온 기업들에 손해배상을 제대로 해도 모자랄 정도로 IT 업계는 상처를 입었다.
금융IT업계 명예 회복 차원에서라도 금융당국은 이번에 불거진 각종 의혹을 정치적 고려 없이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 처리처럼 어물어물 끝난다면 가뜩이나 떨어진 금융산업 신뢰는 더 추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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