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예산이 없어서 등이다. 대기업조차 리소스는 항상 부족하다. 특히 돈은 더욱 부족하다. 스타트업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리소스가 아예 없다. 합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는 것을 만들어내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이 스타트업이 해야 할 일이다. 리소스가 풍족한 곳에서 일을 했던 대기업 출신들이 스타트업으로 옮겨와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이유다. 스타트업은 의사결정 하나하나가 모두 생사를 걸고 하는 것이다.
적은 자본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에 가장 큰 위험은 CEO의 ‘과도한 열정’이다. 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린다. 열정이 넘치는 창업자는 스스로 참지 못하고 과도하게 일을 벌이고 급하게 단기 승부를 보려 한다. 명을 재촉하는 일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의 자금 절반은 인출 불가능한 곳에 묻어버리고 절반만 가지고 첫 번째 도전을 하기를 권한다. 처음 사용하는 절반은 대부분 수업료다. 첫 번째 시범경기로 생각해야지 마지막 도전처럼 덤비지 말라.
지속 가능한 매출이 없어 통장 잔고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할 일의 순서는, 첫째는 돈 벌 일을 찾는다. 둘째는 비용을 줄인다. 인원을 줄이는 일도 포함된다. 셋째는 본업에서 획기적인 지표를 달성한다. 세 번째까지 완성이 되면 마지막으로 투자자를 접촉할 때가 되었다. 많은 스타트업은 이 순서의 반대로 실행한다.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지도 않고 투자금으로 위기를 넘기겠다는 생각으로 투자자를 만나지 말라. 투자요청이 아니라 구걸이 될 위험이 있다. 투자가 없어도 자력으로 생존할 수 있을 것 같은 팀은 투자하기가 덜 불안한데, 투자금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을 것 같은 팀은 비즈니스 모델이 좋아 보여도 투자하기 두렵다.
너무 조심하면 기회를 놓쳐 비전을 달성하지 못할까봐 우려한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비전은 생존 위에 존재한다.
스타트업이 의사결정을 할 때 항상 고려해야 하는 공식이 있다. 비전보다 생존이 우선이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