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고된 공공 수요, 실구매와 제값 주는 풍토로 이어져야

공공기관이 올해 구입할 정보통신기술(ICT) 장비 규모가 8503억원으로 집계됐다. 미래창조과학부가 2133개 공공기관이 컴퓨터, 네트워크, 방송 장비 수요를 조사, 발표했다. 첫 수요 예보다. 지난 2월 시행한 ‘정보통신진흥 및 융합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특별법)’에 근거해 ICT장비 업체들이 정확한 수요를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침체한 장비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장비업체들은 계약현황조사를 비롯한 다양한 제도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사업 계획을 더욱 예측 가능하게 추진할 수 있다. 기업들이 정부에 바란 역할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일시적인 자금 지원보다 이런 수요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기업 활동에 더욱 도움이 된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이제 시작한 제도다. 장비업체가 원하는 수요 정보가 아주 풍부한 것은 아니다. 발표 시점도 전년도 말, 늦어도 연초로 지금보다 더욱 일러야 한다. 그렇지만 한두 해 반짝 하고 끝낼 제도가 아니다. 정부는 업계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보완하면 된다. 여기에 맞춰 업계는 적절한 공공기관 납품 계획을 세워 매출과 이익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

수요예보가 단순한 정보 제공에 그쳐서도 안 된다. 장비 시장을 더욱 활성화하자고 만든 제도인 만큼 수요가 실질적 구매로 이어지도록 공공기관이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제값을 주는 풍토도 조성해야 한다. 가능하면 예산을 줄여야 하는 공공기관이다. 더욱 싼값에 사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장비와 유지보수 가격을 낮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무엇보다 낮게 책정된 유지보수 대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외국 장비업체보다 국내 장비업체에 주는 유지보수 대가가 터무니없이 낮은 편이다.

장비업체들은 제값을 받아야 이익을 낸다. 그래야 다시 투자해 성능은 더욱 좋고 가격은 더욱 싼 장비를 개발한다. 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 궁극적으로 공공기관은 구입 예산을 더 절감할 수 있다. 수요예보제를 소프트웨어까지 망라한 공공 ICT 조달 체계를 합리적으로 바꾸는 시발점으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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