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3사 사업정지로 팬택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출고가 인하가 번복돼 제품 판매가 잠정 중단되는 등 휴대폰 유통가가 혼란에 빠졌다.
27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와 팬택의 베가 시크릿업 출고가 협상이 결렬되며 후속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는 베가 시크릿업 판매를 잠정 중단했고 KT는 출고가를 인하했다가 원상복귀 시켰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8일 팬택과 구두합의를 통해 베가 시크릿업 출고가를 기존 95만4800원에서 37% 인하한 59만950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지만 이후 세부협상이 진척되지 않아 지난 24일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이 같은 혼란의 원인으로 단독 영업기간 중 가입자 모집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통신사의 조급함과 통신사, 제조사간 역학관계가 지목된다. 통신사와 제조사의 치열한 신경전으로 애꿎은 팬택이 휘둘렸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팬택은 통신사 순차 사업정지가 결정된 3월 초부터 이통3사와 선구매, 출고가 인하 등을 논의해왔지만 일부 항목 외에는 합의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LG유플러스가 전격적으로 베가 시크릿업 출고가 인하를 발표하며 상황이 급진전됐다.
출고가 인하 후 LG유플러스를 통해 개통되는 베가 시크릿업 물량이 하루 평균 300대에서 2500대로 수직 상승했다.
출고가 인하 효과가 나타나자 견제가 본격화 됐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팬택은 추가 구매물량, 출고가 인하로 인한 차액 분할납부 등을 논의 하던 도중 “LG유플러스에 요청한 선구매 물량만큼 경쟁사가 사주기로 했다”며 “더 이상 협상은 없다”고 결렬을 선언했다. 결렬 배경으로 경쟁사를 지목한 것이다.
팬택 측은 “LG유플러스가 제시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아 협상을 중단한 이후 경쟁사와 이야기 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1,2위 단말기 제조사의 입김도 영향을 미친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팬택 단말기 구매물량을 늘리는 것을 다른 제조사들이 탐탁치 않아했다”며 “갤럭시S5 등 신작이 출시된 상태에서 이보다 출고가가 높은 단말기의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면 타격을 입기 때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메이저 제조사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압박했다는 것이다.
팬택은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팬택 관계자는 “협상이 이어질 수도 아닐 수도 있다”며 이번 사태에 말을 아꼈다.
출고가 인하 소동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지만 베가 아이언2 등 신작 출시가 예정된 시점에서 통신사 심기를 거스를 필요가 없다는 내부 정서가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 가입자 점유율은 사업정지가 끝나면 원래대로 회복될 것”이라며 “사업정지 여파 피해는 팬택만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