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국가 재난안전망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국가 재난망 구축은 12년 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때 경찰, 소방관, 공무원 등의 통신체계가 달라 인명구조를 제때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사업 추진과정에서 특정 기업 통신장비에 종속될 뿐만 아니라 경제성이 낮다는 지적이 일면서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지난 10여년간 예비타당성 조사가 세 차례나 진행됐으나,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은 표류 중이다.
그런데 이번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경제성 논리가 결국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대규모 인명피해를 키웠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세월호 참사 역시 각 기관의 통신체계가 달라 초동대응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은 정황이 속속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간 전자신문을 비롯한 많은 미디어와 기술인들이 ‘경제 논리’에 앞서 ‘국민 안전’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함을 직시하면서 참담한 국민은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재난망이 다시 조명을 받으면서 그간 정책 당국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도 도마에 올랐다. 안전행정부 재난망 추진단장이 여섯 차례나 바뀌었지만 아무도 재난망 사업의 가부를 매듭짓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했다. KDI 역시 2004년 재난망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투자 대비 효용성을 17점대로 도출했다가 2009년 조사에서 0점으로 손바닥 뒤집듯 번복했다.
하나같이 책임 문제가 불거질까 두려워 시간만 때우다 자리를 옮겼다는 이야기다. 이런 형태가 무려 10년 넘게 쉬쉬하면서 방치됐다.
세월호 참사는 재난망 구축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한편으로 공직자의 무책임한 민낯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그런 면에서 재난망 구축 논의를 다시 시작하기에 앞서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지난 10여년간 국민 안전을 방치하며 자신의 무사안일만을 좇은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는 것이다. 재난망 구축 논의가 반짝 주목받다 또다시 유야무야되지 않으려면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국민 안전과 관련한 일에 수수방관은 범죄 방조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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