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먼지만 쌓인 유휴 장비 너무 많다

정부가 보유 기간이 지난 산업기술개발장비를 연구기관, 테크노파크, 대학과 같은 다른 비영리 기관에 무상 양도한다고 한다. 중소기업 기술 개발을 돕기 위해 산업기술개발장비구축사업을 벌인 지 거의 20년만의 일이다. 주는 기관은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한 장비를 치우니 좋다. 받는 기관은 새로 사야하는 비용을 줄이니 좋다. 일거양득이다.

무상 양도가 절실한 것은 구축 사업을 시작한지 오래되면서 내구연한을 넘긴 유휴 장비가 계속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중고 장비도 조금 낮은 수준의 연구기관에 매우 쓸모 있다. 다만 서로 정보 공유가 되지 않아 먼지만 쌓인 채 장비를 그냥 놀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 무상 양도 사업은 그 자체보다 이런 정보 공유 채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번에 무상 양도할 산업기술개발장비는 유휴 장비의 극히 일부다. 범위를 넓혀보면 대다수 연구기관에 이런저런 중고 장비가 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PC다. 대학부터 연구소까지 수두룩하게 쌓여 있다. 그 이유가 따로 있다.

PC는 연구개발과제용이든 교육부 대학지원사업이든 구입 품목에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PC 성능이 워낙 좋다. 굳이 새 것을 사지 않아도 될 정도다. 하지만 비용 처리 근거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멀쩡한 PC를 놔두고 새 것을 사기도 한다. 그래서 넘쳐 난다.

더 큰 문제는 정해진 내구연한 때문에 필요가 없는데도 처분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쓰지 않고 남는 PC를 국내 소외 계층이나 해외 저개발국가에 무상으로 보내줄 만한데 이랬다가 자칫 규정을 위반할 수 있다. 그래서 창고에 쌓아놓는 기관이 많다고 한다. 특히 대학에 이런 사례가 많다.

이참에 큰 개발장비부터 PC까지 현행 내구연한이 과연 적정한지 실태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다. 현실과 달리 너무 긴 연한이라면 단축해야 그 쓰임새를 더 극대화할 있다. 또한 오로지 비용 처리용으로만 불필요한 새 장비를 사는 관행도 빨리 고쳐야 한다. 예산 낭비다.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보다 인건비와 같이 무형의 비용도 현실화하는 쪽으로 가면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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