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음성인식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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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애플은 자동차 OS시장 선점을 노리며 iOS 7.1 업데이트 내용에 자동차에서 모바일 기기를 작동시키는 ‘카플레이’ 기능을 선보였다. ‘카플레이’는 아이폰 4S부터 쓰이기 시작한 ‘시리’를 활용하는 것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음성’을 이용한다.

음성을 이용한 사람과 물건과의 인터페이스 아이디어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이야기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알리바바가 ‘열려라 참깨’라고 이야기할 때 문이 스스로 열리는 광경은 아마 현대인들이 보아도 흥미로워하기에 충분하다. 신비로움과 인간의 로망 때문인지 몰라도 음성인식은 컴퓨터가 만들어진 후 ‘인공지능’이라는 큰 명제 아래 많은 연구자가 열정을 쏟았다.

1962년 세계박람회에서 IBM의 최초 음성인식기 ‘슈박스(Shoebox)’가 나왔다. 슈박스는 ‘0’에서 ‘9’까지의 숫자와 ‘더하기’ ‘빼기’ 등의 간단한 연산자를 말하면 계산이 돼 램프에 그 답이 표시되는 기계다.

나는 1990년대에 음성처리를 공부하던 학생이었는데 그 당시의 마음으로 시간을 되돌려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주위 선배들이 ‘많은 방법론이 개발된 상태에서 음성인식이 잘 안 되는 현실을 보면 10년 뒤에도 잘 안 될 것 같다’는 말을 종종 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사실 1990년대의 음성 인식 방법론에 대해서는 수학적 큰 틀이 이미 정립됐던 시기였다. 그것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있음에도 실제 결과는 좋지 않으니 충분히 미래에도 음성인식이 잘 안 된다는 예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의 음성인식 기술 수준은 어떨까? ‘음성인식’이라는 단어를 어느 포털에서도 검색해 보면 항상 뉴스 섹션에서 단골로 등장한다. 구글글라스, 스마트폰, 차량용 내비게이션, 신용카드사의 ARS 등 여러 곳에서 음성인식 기술이 사용되는 뉴스를 접할 때, 지금은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 기술이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내비게이션은 지난 2월 14일부터 ‘운전 중 영상표시장치 시청 및 조작행위 처벌’에 대한 시범 단속이 시행되면서 차량 내 음성인식 인터페이스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졌다.

음성인식의 기본 틀이 1990년대에 이미 정립됐다면 과연 그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이런 세상이 오게 된 것일까? 크게 세 가지 원인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인터넷의 폭발적인 성장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음성인식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마치 아기가 성장하면서 수많은 언어 표현들에 노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문장에 노출돼야 인간의 통상적 언어 모델을 학습하게 된다. 인터넷 세상이 열리기 전에는 그러한 문장들을 수집하기가 어려웠으나 인터넷 시대에서는 많은 문장 자료가 넘치면서 쉽게 기계를 학습시킬 수 있게 됐다.

둘째, 20년 전과 비교할 때 하드웨어 컴퓨팅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동일한 방법론을 사용하더라도 20년 전에는 음성 발화 후 인식 결과를 보기까지 수십 초를 기다렸다면 지금은 바로 인식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소프트웨어의 발전이라기보다 순전히 하드웨어 성능에 기인한다.

셋째, 모바일 기기의 출현에 따른 사회적인 필요성도 일조를 한다. 스마트폰과 같이 기본적으로 마이크를 탑재하고 있는 기기가 출현했으며 또한 기기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면서 쉽게 기기에 명령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음성 인터페이스가 가장 쉽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앞으로 5년 뒤 음성 인터페이스는 어떤 모습일까? 최근 차세대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주목받는다. 특히 스마트와치와 같은 디바이스는 음성 인식을 기본적인 인터페이스로 쓴다. 그러한 기기들이 널리 퍼질수록 우리는 음성 인터페이스에 점점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SF 영화에서는 음성 인터페이스가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장면이 나온다. 1968년 스탠리 큐브릭의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에서 아이패드와 비슷한 기기를 사용하는 장면을 볼 수 있으며 그 영화에서 HAL 9000은 인간과 대화를 하는데, 이 장면도 자연스러운 일상에서 점차 목격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상호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 sangholee@daum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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