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이 미국 화학회사 듀폰과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모처럼 승기를 잡았다. 1심 참패를 뒤집고 항소심에서 재심 판정을 받았다. 미국 버지니아주 연방항소법원은 1심 판결이 코오롱 측 주장과 증거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5년간 코오롱에 짙게 드리운 먹구름이 모처럼 사라졌다. 첨단소재 아라미드와 관련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이긴 듀폰은 일격을 당했다. 엇갈린 두 회사 주가가 그 충격과 파장을 보여준다.
듀폰과 코오롱 소송은 애플과 삼성전자 특허 싸움과 비교해 국민적 관심사는 아니었다. 1조 원대 배상액에 잠깐 놀랐을 정도다. 하지만 소송 내용을 보면 애플·삼성 특허소송보다 더욱 중요한 싸움이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져도 스마트폰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 아니다. 삼성이 몰락해도 LG와 같은 대안이라도 있다. 코오롱이 듀폰에 지면 판매는 물론이며 생산도 하지 못한다. 대안 기업은 아예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비로소 기지개를 편 첨단소재 산업이 잔뜩 위축되거나 후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허 침해가 아니라 영업비밀을 몰래 빼냈는지를 가리는 소송이다. 우리나라는 소재산업 후발주자인 탓에 아무래도 미국, 일본, 유럽 선진국에 비해 뒤진다. 패소로 우리 소재기업들이 자칫 정당한 해외 인력 채용 길까지 막히면 추격은 매우 힘들어진다. 소재산업의 큰 축인 코오롱이 소송으로 무너지면 산업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기에 이번 항소심 승리는 중요하다.
코오롱은 경영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걷어낼 수 있게 됐다. 훼손된 도덕성도 회복했다. 위축됐던 해외 영업은 당장 활발해질 것이다. 하지만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 항소심 판결은 새로운 재판부를 구성해 다시 심리하라는 1심 파기 환송이다. 코오롱은 배제됐던 유리한 증거와 증언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보완해 재심에서도 이겨야 승리한다. 듀폰도 1심 승소 판결을 받은 내용이 흔들리지 않도록 더욱 철저한 변론을 펼칠 것이다. 진정한 승부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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