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외산 일색이었던 반도체 본딩 강도 측정장비 시장이 국산 제품과 경쟁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2년 전 국내 기업이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독점 구조를 깨고 가파른 속도로 추격하면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장비 업체 씨이텍(CETEK)은 최근 반도체·발광다이오드(LED) 접합 테스트 장비 시장에서 주요 고객사를 잇따라 확보하며 시장 저변을 빠르게 넓혀나가고 있다. 씨이텍은 지난 2012년 장비 국산화에 성공했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공급에 나섰다. 출시 1년 만에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인 미국 엠코테크놀로지와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80여개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했다.
본딩 강도 테스트 장비는 반도체 소자 패키지 공정에서 필수적인 다이본딩·와이어본딩 등이 제대로 이어졌는지, 얼마의 힘으로 접합돼 있는지를 측정한다. 사실상 반도체 공정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테스트 장비다. 반도체 후공정 업체와 LED 패키지 업체, 카메라 모듈 생산 업체 등이 필수적으로 사용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영국 D사 장비가 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국산 장비로는 씨이텍 제품이 유일하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D사 장비가 국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60%대로 낮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반도체 고객사들은 올해 D사 제품을 씨이텍 장비로 전량 교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해외에서 성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중국·말레이시아에 이어 싱가포르·필리핀 등 수출 지역이 확대됐다. 지난해 씨이텍의 전체 매출 가운데 60%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이처럼 추격이 가능했던 것은 씨이텍의 본드 테스터 ‘호크(Hawk)’ 시리즈가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덕분이다. 기존 외산 장비 대비 오차 정밀도를 0.25%에서 0.15% 수준까지 낮춘 반면에 가격은 20% 이상 저렴하다. 또 테스트 모듈별로 카트리지를 교체해서 사용해야 하는 종전 제품들과 달리 4가지 테스트를 하나의 카트리지에 담아 ‘원 스톱’으로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고사양 제품의 경우 8~12인치 웨이퍼에서 초정밀 볼 시어(Ball Shear)와 콜드 범프 풀(Cold Bump Pull) 등의 테스트를 자동 수행한다. 임은재 씨이텍 대표는 “고객 요구사항을 다양한 옵션으로 만들어 ‘현장맞춤형’ 전략을 추구했던 것이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는 작년 대비 갑절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해외 시장에선 더욱 높은 성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씨이텍은 현재 경기도 부천시에 기계부품 가공 공장을 설립·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생산 시설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