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맹평상(群盲評象). 장님들이 코끼리 몸을 만져보고 제각기 다르게 말한다는 뜻이다. 상아를 만져본 사람은 무와 비슷하다고 말하고, 다리를 만져본 사람은 절구, 등을 만져본 사람은 침상, 꼬리를 만져 본 사람은 새끼줄과 같다고 말한다는 얘기다. 흔히 사물의 일부분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는 태도를 경고할 때 비유적으로 쓰곤 한다.

얼마 전 미래창조과학부의 TV홈쇼핑 중소기업 편성 비율과 관련 몇 가지 문제점을 취재해 기사화한 적이 있다. 정부 기대와 달리 많은 중소벤처기업은 TV홈쇼핑을 ‘그림의 떡’으로 본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과 벤처업계가 새로운 홈쇼핑을 만들고 싶어하고, 또 움직임도 감지된다는 얘기도 전했다.
그런데 이와 관련, 미래부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2012년 통계치를 들이대며 현재 TV홈쇼핑의 편성비율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TV홈쇼핑 당사자가 제출한 자료를 제시하며,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문제가 있다는 투로 거론하지 말라’는 식이다. 중소기업과 벤처업계의 분위기를 전달하려는 당초 의도에는 관심조차 없는 듯 했다.
정부는 중소벤처기업에 판로를 발굴해주고 고용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제2의 벤처 붐’ 조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소벤처업계가 전용 TV홈쇼핑까지 원하고 있는 것도 안정적인 유통망 확보가 절실해서다. 정부에 이같은 요청을 하는 것도 힘의 논리에서 대기업에 밀리는 자신들의 입장을 정부가 대변해 주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TV홈쇼핑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을 감당하는 유통 창구가 되도록 정부가 힘써 달라는 요청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래부는 이런 목소리를 애써 들으려 하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과거에 정한 기준을 들이대며 TV홈쇼핑이 제대로 이행한다는 점만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들이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고 왜 목소리를 내는지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쉽다. 정작 순수 국내 연구개발(R&D)로 TV홈쇼핑에 제품과 서비스를 올린 벤처가 얼마나 되는지 관심을 갖는지조차 의문이다.
창조경제 활성화의 한 축인 중소벤처기업 육성 의지를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미래부는 창조경제 구현의 핵심 부처다. 업계는 미래부가 ‘제2의 벤처 붐’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김준배 경제과학부 차장 j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