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시뮬레이션 세계]<3>CAE, 수명 예측하는 보험 상품

알테어 기술지원부 정은화 이사(ehjung@altair.co.kr)

경주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건은 이미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것으로 알았던 우리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건물의 설계와 관리를 할 때 최신 공학기술의 도움을 조금만 받았어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기에 대한민국 엔지니어 한 사람으로서 큰 안타까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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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에 밤새 쌓였던 눈이 문제였다. 부실 공사와 부실 관리 의혹도 제기된다. 사람마다 타고난 체력과 사는 환경, 받는 스트레스가 다른 것처럼 건물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갑작스런 스트레스로 사망할 수 있듯이, 마우나 리조트도 눈이라는 갑작스런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모든 제품에는 수명이 있다. 현대 제조업에서는 제품을 만들 때부터 제품 수명을 예측하여 미리 부품을 교체하거나 폐기한다.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에서도 ‘피로 해석’이라는 기법을 사용하는데 최근에는 건축에도 이런 피로 해석 기법이 많이 도입되고 있다.

`피로(fatigue)`란 용어는 `내구성(durability)`이란 말과 동일한 의미다. 그러므로 피로(내구)수명을 계산한다는 것은 제품을 실제 사용조건에서 얼마나 사용하면 파손이 발생할 것인가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의미다.

고전적인 제품 설계 방법 중에 ‘무한수명설계(infinite life design)’ 라는 것이 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 자손대대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도록 하는 설계 방법이다. 망치나 곡괭이, 선반 같은 공구, 항공기 동체나 랜딩기어 등이 해당된다. 이 방법은 제품 중량이 증가한다는 단점이 있다. 보다 진화한 방법으로 안전수명설계(safe life design)가 있다. 제품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를 기준으로 안전율을 설정하는 방법이다. 가장 최근 기술은 컴퓨팅 기술을 이용해 극한의 설계 요구를 반영하고자 개발된 ‘고장안전설계(fail safe design)’다.

이 방법은 제품 수명을 기준으로 안전율을 평가하는 것이다.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제품수명을 계산한다. 수명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를 모두 고려해 제품 폐기 시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제조업에서 제품 수명의 정확한 예측은 전적으로 CAE 기법에 의존하고 있다. CAE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제품의 수명을 더 늘릴 수 있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극한의 임계설계를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므로 유한요소해석, 동역학해석, 사용조건에서의 유입신호, 재료의 물성치 등의 첨단 기법을 이용하여 정량적인 수명예측을 시도하고 있으며 결과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위하여 여러 가지 통계적 기법까지 동원되고 있다. 가히 종합 예술의 경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와 비행기와 같은 탈 것은 사용자 생명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부품의 수명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설계를 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명의 정확도를 높이고 더 적은 재료를 사용해도 강성은 유지할 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역시 사람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건축에도 CAE 기술이 활용돼야만 한다. 콘크리트로 무조건 튼튼하게 만드는 것은 친환경적이지도 않다. 콘크리트 건물의 강성을 유지하되 최소한의 재료를 써서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건축 설계부터 시뮬레이션으로 수명을 계산해서 대형 붕괴 사고를 방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지진파가 건물에 미치는 영향도 미리 시뮬레이션하여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 눈이 많이 내리는 곳에 대해서는 특정 스트레스 값을 주어 시뮬레이션을 한다. 그럼으로써 예상되는 위험을 미리 눈으로 확인하고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건축물은 사고에 대한 보장으로 보험에 가입한다. 갑작스런 사고는 물론 자연스러운 수명이 언제 다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건물의 수명을 예측하는 CAE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보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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