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함께 제조업의 시뮬레이션인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을 대중에게 소개하고자 기획했던 10회 기고가 모두 끝났다. 중요도에 비해 아직은 생소한 CAE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귀한 자리를 마련해준 전자신문에 감사드린다.
다른 분야의 친구에게 CAE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우주선 만드는 것을 자주 예로 든다. 미국의 나사(NASA)에서 우주선을 만들 때 컴퓨터 안에서 수천번 우주로 쏴올리는 시뮬레이션을 하는데 그 때 쓰이는 핵심 기술이 CAE라고. 그 우주선을 만드는 기술이 범용화(democratize)돼서 비행기, 선박, 자동차, 휴대폰을 만드는데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이면 비교적 쉽게 이해를 한다.
CAE기술 범용화는 슈퍼컴퓨터 범용화에 빚진 바가 크다. 나사는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어마어마한 컴퓨터 용량이 필요한 시뮬레이션을 돌려야하기 때문인데 반도체와 컴퓨팅 기술 발달로 가격이 낮아져서 나사에서 쓰던 슈퍼컴퓨터를 자동차를 만드는 일반 기업에서도 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달에 사람을 보낼 당시에 사용했던 나사의 슈퍼컴퓨터 사양이 지금의 스마트폰 사양과 비슷했다는 것만으로도 반도체와 컴퓨팅 기술의 발달이 어느 정도로 빨리 이루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슈퍼컴퓨터 제조기업으로 유명한 크레이는 최근 5억원짜리 염가(?)의 슈퍼컴퓨터를 내놔서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기업은 이전까지 최소 대당 100억원 이하의 슈퍼컴퓨터는 만들지 않았던 기업이기 때문이다.
슈퍼컴퓨터 범용화로 일반인이 모르는 사이에 시뮬레이션은 계속 생활 속으로 들어오는 중이다. 뉴스에도 시뮬레이션 화면이 가끔 등장하기 시작했다. 신속한 뉴스 보도로 인한 짧은 준비 기간 때문에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말로 설명을 듣는 것보다 움직이는 그림과 함께 설명을 들으면 훨씬 이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슈퍼컴퓨터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방송사에서도 더 빠른 슈퍼컴퓨터를 확보한다면 더 정확하고, 더 자주 시뮬레이션 화면으로 뉴스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슈퍼컴퓨터 보급이 CAE기술의 범용화를 뒤에서 밀었다면 앞에서는 3D프린터가 이끌고 있다. 3D프린터는 한 마디로 1인 제조기업을 가능하게 한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문서 파일에 글을 써서 출력을 하듯이 물건을 뚝딱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글이나 MS워드와 같은 문서 작성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하이퍼웍스 같은 CAE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제품을 만들어내는 일이 일상화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3D프린터는 의학 분야에서 활발한데, 석고를 사용하던 깁스도 3D 프린터를 사용해서 환자의 몸에 최적화된 경량 깁스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최근에는 임플란트에도 3D 프린터를 사용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최근 영국의 제조업체 레인쇼(Reinshaw)는 세계 최초로 3D 프린터를 이용해 자전거 프레임을 만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강도는 그대로 두고 무게는 40%를 줄이는 혁신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CAE는 기존 컴퓨팅 기술의 혁신으로 비용 부담을 없애면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고 3D 프린터의 발명으로 개인이나 소호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CAE는 제조기업은 물론이고 국가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수단로서도 매우 중요하다. 컴퓨팅 기술은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진화하면서 개인도 슈퍼컴퓨터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대로 갈 것이다. 3D 프린터 가격은 계속 내려가고 있다. 기술 대중화는 밑에서부터 CAE시대를 밀어올리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기술의 대중화는 CAE 인재의 부족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과 CAE 대중화의 공간을 만들어주신 전자신문께 감사드립니다.
알테어 정은화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