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시뮬레이션 세계]<6>제조업 2.0 시대의 총아, 시뮬레이션

알테어 기술지원부 정은화 이사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최근호는 유럽 우수 제조 기업을 분석하고 공통점을 찾아냈다. 가장 중요한 공통점으로 ‘데이터 흐름을 잘 관리해 공급사슬 파트너와 밀접하게 통합’하고 ‘공급사슬 중 그들이 속한 부분뿐만 아니라 전체 공급 사슬에 걸쳐 고객의 가치를 최적화’하는 것을 들었다. 제조업 혁신은 세계 모든 선진국의 화두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초에 제조업의 부흥을 위해 IT 신기술 연구소에 75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2010년에 ‘제조업 증강법’을 제정하여 ‘세계의 공장’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신발끈을 묶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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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제조업의 목표가 좋은 제품을 값싸게 만들어서 기업의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었다면, 지금 제조업 목표는 고용창출이다. 이미 오바마 정부 들어 외국에 나갔던 기업 100여곳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만큼 고용과 세수를 뺏긴 셈이다. 고용 창출을 둘러싼 세계대전이 제조업을 두고 벌어지고 있다.

제조업은 시뮬레이션이라는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 기술로 인해 빠르게 환경이 변하고 있다. 설계와 엔지니어링, 해석, 시험 등 과거 제조업 과정에서 중요했던 부분이 컴퓨터 안에서 해결되고 있다. 제조업과 IT의 결합은 시뮬레이션으로 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제조업 2.0 시대를 시뮬레이션이 끌고 가고 있다.

유럽 제조기업은 ‘제조업 2.0’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데이터 흐름을 잘 관리하고 공급사슬 파트너와 밀접하게 통합하는 것이 시뮬레이션에 기반을 둔 제조업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 예를 들면 자동차 하나를 만들 때 수천 개의 부품이 필요하고 그 부품의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필요하다. 현대차 등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시뮬레이션을 활용하고 있지만, 부품을 만드는 협력업체로 내려가보면 아직 시뮬레이션에 대한 지식과 인력이 부족한 형편이다.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끊기는 형편이다 보니 밀접하게 통합할 수가 없다. 미국 등 경쟁 국가은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원활한 시뮬레이션 데이터 흐름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나서고 있다. 바꿔 얘기하면 자국 중소기업이 시뮬레이션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면 거래처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

자신의 기술을 시뮬레이션 데이터로 보내서 검증을 받고 수주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시뮬레이션 기술 확보는 장차 열리게 될 3D프린팅 시대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제품 핵심 경쟁력은 컴퓨터 안에서 시뮬레이션으로 확보하고 실제 눈에 보이는 제조는 다른 곳에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개념의 공장이 생겨날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면서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새로운 산업이 생겨났다. 다음은 3D프린팅의 시대라고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제조업의 혁명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제조업의 혁명 역시 애플이 스마트폰 생태계를 만든 것처럼 3D프린팅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그 안에서 일어날 것이 틀림없다.

애플과 삼성의 특허 소송을 지켜보면서 기술 선점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새로운 기계를 만든 것 하나만으로 많은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 제조업의 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기술과 인력 양성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차세대 제조업의 성패는 시뮬레이션 데이터의 흐름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핵심이 될 것이다. 대기업과 연관된 중소기업의 시뮬레이션 경쟁력이 중요한 이유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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