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조금 초강력 제재만 능사인가

정부가 휴대폰 불법 보조금을 살포한 이동통신사에 사상 최장의 영업정지를 예고한데 이어 최고경영자(CEO) 형사처벌까지 경고했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6일 통신 3사 CEO와 가진 간담회는 사실상 정부 최후통첩을 전한 자리가 됐다.

최 장관은 이날 보조금 경쟁을 자제를 요청하면서 “불법행위가 다시 나오면 제재 범위를 CEO 개인에 대한 처벌까지 연계하겠다”고 말했다. ‘사업정치 처분 위반자에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3년 이하 징역을 처할 수 있다‘는 전기통신사업자법 조항을 근거로 내세웠다.

정부가 사문화되다시피 한 법조항까지 꺼내들면서 경고하고 나선 것은 그간 정부의 영이 서지 않는 답답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CEO 형사처벌 카드는 그런 면에서 정부가 보낼 수 있는 경고 메시지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조치다. 통신사 CEO들은 이를 감안하듯 이날 만큼은 하나같이 보조금 경쟁을 자제하겠다고 화답했다.

정부와 재계 간담회에서 장관이 CEO를 겁박하고 마지 못해 화답하는 풍경은 씁쓸하기 그지 없다. 산업발전에 머리를 맞대도 시원찮을 판국에 해묵은 보조금 논쟁으로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런데 정부가 무조건 누르기만 한다고 해서 보조금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보조금만으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경쟁 시스템의 변화 없이 또 다른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과연 CEO를 형사처벌을 행동으로 옮길지도 미지수다. 시장 파장이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기업 경영활동까지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도 단통법 통과가 좌절되면서 마땅한 대안이 없고 답답할 것이다. 하지만 초강도 규제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권위주의적 발상이다. 이미 규제에도 보조금 악순환은 계속돼 효과도 별로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차제에 요금제 허가제를 폐지하는 등 경쟁시스템 변화 등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형사처벌 경고마저 먹히지 않으면 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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