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단순히 밤에 쉬는 것이 아니다. 낮에 쌓인 마음과 육체 피로를 회복시키고 기억 등 고등 인지 기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비만 인구가 늘어나고 급격한 환경 변화, 스트레스 증가, 과도한 업무에 따른 수면 습관 변화 등을 겪기 쉽다. 알코올 섭취나 수면제 오남용 등 이차적 원인으로 잠을 제대로 못자면 ‘수면 장애’를 앓는다. 노년기가 되면 뇌 대사나 구조적 변화가 생기는 등 다양한 생리적 변화가 발생하는데 이 때문에 수면 분절이 일어나서 자주 깰 수도 있다.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변화도 수면 장애를 일으킨다.
# 35만7000명.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의 수다. 수면장애는 수면이 양적·질적으로 장애를 받는 것으로 불면증, 과다수면증, 수면·각성장애, 수면성무호흡, 발작성 수면장애 등이 포함된다.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의 수만 35만7000명이다. 즉 단순한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수면장애인 불면증은 노인, 여성, 교대 근무자와 우울증 정신질환자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잠을 충분히 잘 수 있는 상황인데도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거나, 새벽에 일찍 깨서 잠을 못자는 상황 등이다.
10초이상 코와 입을 통한 호흡이 없는 수면성 무호흡증도 위험한 수면 장애다. 많은 수면성 무호흡증 환자가 코골이를 동반하는데 대부분 자면서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충분한 수면을 취해도 낮에 자주 졸리거나 피곤하며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자다가 귀신을 보거나 가위에 눌리는 현상은 수면 마비 증세다.
#수면 장애 환자 35만7000여명 가운데 23만8000여명(66.7%)이 불면증 환자다. 수면 장애 환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1.46배 정도 많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 따르면 여성은 육아, 가정생활, 직장생활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반면, 남성은 스트레스를 음주로 대처해 만취를 숙면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과음하는 동안 감각과 지각 능력이 덜어져 불면증이 있어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해 병원을 찾지 않는 것이다. 즉 실제 남성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수면 장애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수면 장애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 치료, 기구를 이용해 치료할 수 있다. 약물치료는 보통 수면제나 멜라토닌 작용제, 항우울제를 사용한다. 인지행동 치료는 숙면을 위해 가져야할 습관(수면 위생)을 포함해 이완치료, 수면 제한 등 방법을 사용한다. 비강지속기도양압치료, 광치료 등이 기구를 이용한 치료에 속한다.
수면 장애를 막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과 식습관, 적정한 운동, 금연과 금주가 기본이다. 낮잠을 30분 내외로 제한하고 잠들기 4~6시간 전에는 커피, 녹차처럼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을 피한다. 일요일 늦잠을 자지 않고 평소처럼 같은 수면 시간을 유지하는 것도 수면 장애 예방법이다. 잠이 오지 않을 때 무리하게 잠들려고 애쓰는 것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는 등 다른 일을 하다 잠이 오면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