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권 최초로 자바(JAVA)를 개발언어로 채택, 모델주도형구조(MDA)로 구축한 차세대시스템이 지난해 9월 성공적으로 가동했다. 그동안 금융권은 자바를 개발언어로 사용하면 코볼이나 C에 익숙한 개발자들이 새롭게 배워야 하기 때문에 핵심 정보시스템에 자바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꺼려왔다. 전북은행은 이러한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MDA 개발 방식을 적용했다.
지난 1997년 기간계시스템을 가동한 이후 15년 만에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전북은행. 전북은행은 차세대 프로젝트 착수에 앞서 미래의 금융환경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모바일 금융이었다. 이미 상당수 금융거래가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금융은 모바일로 전환될 것이라는 게 전북은행 생각이었다.
차세대시스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개발언어 선택을 둘러싸고 논의가 이뤄졌다. 모바일 금융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유연한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자바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됐다. 하지만 기존 은행들이 자바보다는 C를 선택했다는 점을 들어 자바 도입이 위험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도 적지 않았다.
전북은행은 깊이 있는 논의 끝에 처음 도입하는 것이라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미래 금융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자바를 개발언어로 선택했다. 금융권 최초로 MDA 개방방식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MDA 개발 방식은 MDD 개념을 실제 구현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MDD는 개발자가 프로그래밍 언어로 직접 코딩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설계 모델로 소스코드를 자동 생성하는 개발 방식이다.
전연수 전북은행 부부장은 “대형 프로젝트이다 보니 상당히 많은 개발자가 참여하게 되는데 이들의 개발 수준이 천차만별이어서 문제가 있다”며 “그러나 MDA 방식을 적용하면 표준화된 소스코드가 자동으로 프로그래밍 되기 때문에 개인 수준차를 좁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은행 차세대 프로젝트는 주사업자인 LG CNS 등 350명의 전문 인력이 투입, 20개월 동안 진행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그런 만큼 문제도 적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지방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점이었다. 상당수 개발인력들은 서울에 거주하고 있어 지방에서 `나홀로`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전 부부장은 “처음에 개발 인력을 공급받고 관리하는 데 적지 않게 힘이 들었다”며 “그러나 이를 반대로 생각해 보니 오히려 장점도 많았다”고 전했다. 대부분 개발자들이 집을 떠나 혼자 지내다 보니 개발자들과 은행 직원들 간에 함께 할 시간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이를 적절히 활용해 서로 업무나 일상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초기 MDA 방식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파악하지 못해 어려웠던 날들도 있었다. 전 부부장은 “이 부분은 LG CNS가 신경을 많이 써줬다”며 “처음에는 개발자들이 적응을 못했는데 얼마 지나니깐 대부분이 MDA 방식에 잘 적응했다”고 말했다. 전북은행 차세대시스템은 은행권 최초로 연휴가 아닌 주말 2일 만에 데이터 전환을 완료, 지난해 9월 성공적으로 가동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