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손님 걱정하는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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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어요.”

지난 연말 과천에서 세종시로 청사를 이전한 산업통상자원부 모 과장의 푸념이다. 공무원이 가게 주인이 아니니 손님 뺏길 걱정을 할리는 없고, 그렇다고 자신에게 인사하러 오는 손님이 줄었다고 기자한테 불평할리도 없고 희한한 소리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렇다. 규제가 아닌 산업 진흥을 주 업무로 삼는 산업부 특성상 민간 전문가들과의 만남은 필수다. 현장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의 정책을 원하는지를 알기 위해 가급적 많은 사람과 만나야 한다.

때로는 전문가들이 산업부로 찾아오고, 때로는 산업부 직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목소리를 들었다. 간혹 민원성 요구만 늘어놓는 불청객도 있지만 손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적어도 탁상행정의 위험은 줄일 수 있었다.

세종청사로 옮긴 후로는 두 가지 다 녹록지 않다. 이런저런 이유로 찾아와 `감 내놔라, 배 내놔라` 하던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손님이 오지 않으니 직접 현장으로 찾아가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 세종청사를 자주 비우기도 어렵고, 수도권 출장시 발생하는 업무 부담도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5년, 10년 뒤다. 지금 직원들이야 현장을 찾는 요령을 알고 그럴 마음이라도 갖고 있다. 앞으로 세종에서 공무원을 시작하는 직원들이 주를 이루면 현 구조를 당연시하는 풍토가 고착될 수 있다. “후배들이 그냥 책상 머리에 앉아 근무하지 않을지 걱정된다”는 모 과장의 말이 괜한 얘기로 들리진 않는다.

하지만 어쩌겠나. 세종청사 시대는 아마도 통일이 되지 않는 한 바뀌지 않을 것이다. 힘들겠지만 공무원들이 한번이라도 더 손님을 찾아가야 한다. 현장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문화를 후배들에게도 오롯이 전수하는 수밖에 없다. 덧붙이자면 발길을 끊었던 손님들도 세종청사로 찾아가 공무원들을 귀찮게 하는 것도 좋은 그림이 될 것 같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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