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량 전장화와 스마트카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서서히 열리고 있다. 자율주행은 자동차 내부의 능동안전 기술과 첨단 센서, 위성항법장치(GPS) 및 정보통신기술(ICT) 등이 접목돼 자동차가 도로 주행 환경을 인지하고 목표지점까지 운전자의 별도 조작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차세대 자동차 기술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구글이 2010년 고속도로에서의 자율주행차 시험주행을 적극 홍보하면서 시작됐다. 또 구글의 로비 덕분에 미국 주 정부들이 자율주행 자동차가 시험주행을 할 수 있는 법안을 속속 통과시키면서 더욱 커졌다.
완성차 업체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여러 가지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개발 계획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신형 `S500` 모델로 자율주행 자동차를 시연하고, 기존 센서와 개발 중인 센서 및 정밀지도 등을 이용해 시골길과 도심도로를 자율주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벤츠는 2020년 자율주행 자동차를 양산 모델에 적용할 계획이다. 미국 GM도 고속도로에 한정된 자율주행 기술을 채택한 차량을 2017년까지 캐딜락 브랜드로 시판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관련한 스마트카 기술은 `V2X`라는 차량과 차량, 차량과 인프라 간의 통신기술을 비롯해 차량 내 네트워크, 능동안전, 자차 위치 인식 등과 함께 소프트웨어 및 기능안전 기술 등을 망라한다.
주목할 것은 관련 기술들이 점차 표준화되고 규제의 장벽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교통부에서는 V2X 기술이 사고를 혁신적으로 줄이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조만간 이에 기반을 둔 안전 시스템을 의무화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유럽에서는 도로 인프라 정보의 ICT화를 다루는 협력형 ITS 기술과 관련한 표준화 전략을 세우고 이를 토대로 ISO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른 국가들은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되고 있다.
스마트카 기반 기술과 관련한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 작업도 한창이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차량용 소프트웨어의 복잡도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 완성차 업체인 BMW를 중심으로 차량용 소프트웨어 구조에 대한 표준인 `오토사(AUTOSAR)`와 `제니비(GENIVI)` 표준화 작업을 여러 버전에 걸쳐 진행 중이다.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BMW 같은 완성차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자체 표준을 공개해 사실상 표준 포럼을 조직해 개방형 혁신의 개념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부품업체들이 참여하게 되고 결국 규모의 경제로 인해 다른 국가의 완성차 업체들도 관련 규격과 특허, 장비에 종속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표준화 방향은 △자동차 △ITS △통신 등 세가지 관련 부분으로 구분돼 진행되고 있다. 해당 기관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관련 활동이 별개 또는 일부 중복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서로 간에 조화를 이루는 방향을 찾을 필요가 있다. 부처 또는 기관 간의 노력이 합쳐져 자율주행 자동차 표준을 개발한다면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생각된다.
차세대 스마트카 표준화 활동과 관련해 국내 기관과 기업들이 적극 나서야 될 때다. 국제표준이 제정된 다음 대응하는 안이한 태도는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외국 회사의 특허 망에 걸려 수익이 나기 어려운 상황으로 귀결될 것이 자명하다. 정부도 스마트카 관련 기술과 표준화 지원을 대폭 강화해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기술개발은 꼭 표준화와 연계되도록 정부와 관련 기관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ICT가 발달한 우리나라의 강점을 잘 살린다면 스마트카 기술 발전은 또하나의 기회다. 한국의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스마트카 기술과 표준을 창조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이춘 국가기술표준원 스마트카 국가표준코디네이터 choonlee@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