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미래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는 소녀
우리는 컴퓨터 도움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집 안을 한 번 들여다볼까요. 알아서 밥을 지어주는 전기밥솥, 집안 구석구석 다니면서 청소해주는 로봇 청소기, 저장된 식품의 양과 바깥 온도에 따라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냉장고. 모든 가전제품에는 아주 작은 컴퓨터가 들어 있습니다. 더운 여름날 자연의 바람을 불어준다는 선풍기에도, 옷감 종류에 따라 자동으로 물의 양과 세탁 방법을 결정해주는 세탁기에도 모두 컴퓨터가 들어있죠.

컴퓨터 과학은 이런 컴퓨터를 똑똑하게 만드는 학문 영역입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학교에서 컴퓨터를 활용하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집에서도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컴퓨터를 더 잘 쓸 수 있도록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고 컴퓨터가 점점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똑똑하게 하는 여러 가지 연구를 하는 분야가 컴퓨터 과학입니다.
컴퓨터 과학 또는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면 컴퓨터 작동 원리를 배우게 됩니다. 이 원리 속에 숨어있는 많은 수학·물리학적 기초를 익히게 됩니다. 단순히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입력하는 스위치, 명령어에 따라 컴퓨터가 왜, 그리고 어떻게 그런 동작을 하게 되는지 원리를 파악합니다.
우리가 재미로 이야기 하는 `냉장고에 코끼리 넣기` 가 사실은 컴퓨터에 일을 시키는 아주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컴퓨터는 0과 1, 다시 말해 전기가 흐르거나 흐르지 않는 두 가지 상황만을 받아들입니다. 이 컴퓨터에 복잡한 일을 시키려면 하나하나, 순서도 절대 혼동되지 않게 일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컴퓨터에 일을 시키는 것이 바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복잡한 일을 차근차근 풀어 컴퓨터가 일할 수 있는 순서대로 지시하는 일입니다.
일을 하다 보면 전후 사정을 고려해야 하거나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컴퓨터에 시킬 일을 결정하면 이 일을 순서대로 분석한 후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입력해야 합니다. 우리가 외국인과 이야기할 때 서로 다른 말을 쓰듯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도 따로 있습니다. 이를 프로그래밍 언어라고 합니다.
컴퓨터 과학과와 컴퓨터 공학과에서는 여러 가지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쓸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컴퓨터를 보다 똑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과 방법론도 배웁니다. 같은 일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시킬 수 있도록 일하는 순서를 디자인하는 방법도 배웁니다.
컴퓨터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바보기도 하고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똑똑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는 컴퓨터를 쓸 수 있도록 해주는, 바로 프로그래머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어찌 보면 0과 1만을 이해하는 쇳덩어리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정말 매력적인 일이지요. 하지만 컴퓨터의 특성 때문에 조금이라도 일을 잘못 이해한다거나 순서를 잘못 지시하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일도 돌고 돌아 복잡하고 어렵게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컴퓨터에 시킬 일을 완벽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어떤 순서로 일을 시킬 것인지 △일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예외적인 상황은 없는지 등에서 사물을 정확히 보고 숨어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분석력과 판단력, 논리력이 필요하지요.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습득한 능력은 여러분이 프로그래머가 되지 않고 다른 분야에서 일하게 되더라도 큰 자산이 됩니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라는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많은 사람이 존경하는 스티브 잡스, 세계 제1의 부자라고 불리는 빌 게이츠, 스무살 청년이면서 세계적인 정보검색 회사인 구글을 창시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이 전설적인 인물들은 모두 컴퓨터 과학자입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 놀라운 추진력, 자유로운 영혼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이 이름을 옆에 나란히 있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From.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첨단정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