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제조업 로드를 가다]대만-옛 명성은 어디로…대만 제조업의 현재와 미래는

비록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 3강의 틈바구니에서 고전하고 있다곤 하나 대만은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여전히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IT·전자산업에서는 아직 무시못할 위상을 차지한다. 대만의 정식 명칭은 중화민국(中華民國)이다. 1912년 쑨원의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멸망한 후 세워진 아시아 최초 공화국이다. 타이베이 지역을 수도로 삼은 것은 1949년 중국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포한 이후다.

대만은 당시부터 농업 사회에서 공업 사회로 발빠르게 탈바꿈했다. 1960년 이후 신흥공업경제지역(NIES)의 일원으로 수출 지향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공업화 정책을 펼쳤다. 1973년 국책 연구소인 ITRI(산업기술연구소)를 설립하며 선진 기술 확보에 매진했고, 전자·IT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게 됐다. 근래 들어 중국의 빠른 성장과 급속도로 가까워진 양국 관계를 앞세워 다시 한번 제조업 부흥을 꿈꾸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강국 대만

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상은 현지에서 열리는 국제 전시회를 보면 알 수 있다. 여전히 글로벌 업체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특히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전 분야에 걸쳐 세계 상위권을 유지하며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TSMC는 미세공정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강점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팹리스 업체인 미디어텍은 스마트폰 AP 설계 기술력을 앞세워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 다시 한번 부활을 노리고 있다.

대만 디스플레이 산업도 전자 강국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이노룩스와 AUO 등은 LCD 패널 양산 경쟁력에서 한국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의 뒤를 잇고 있다. 최근에는 중저가 초고선명(UHD) LCD로 중국 시장을 선점했다. 세계 최대 위탁생산(EMS) 업체인 대만 폭스콘의 모회사 혼하이는 일본 샤프 10세대 공장의 지분을 확보하며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담금질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일본에도 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고 첨단 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 주력 부품 시장으로 부상한 터치스크린패널(TSP) 산업에서는 사실상 종주국이나 다름없다. 대만 TSP 산업은 중국 후공정 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애플 등 글로벌 업체의 주요 공급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뒷심 부족…흔들리는 대만 완제품 브랜드

노트북PC부터 최신 스마트기기 시장에 이르기까지 대만은 적어도 부품·소재 분야에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 애플 아이폰 등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과 같은 대형 EMS 기업도 탄생시켰다. 반면 한때 세계 완제품 시장을 주름잡았던 HTC·에이서 등 세트 업체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주춤거리는 모습이다.

스마트폰 제조사 HTC는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등장 이후 위협적인 후발 주자로 반짝 주목받았지만 그 기세는 불과 얼마가지 못했다. 삼성전자 등에 역습을 허용하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도태될 위기에 처했다. 이달 발표한 지난 4분기 실적도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세계 시장 점유율 4위의 PC 브랜드인 에이서도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고 인원 감축 등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PC 시장이 지속적으로 침체될 것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대만의 용산으로 불리는 타이베이 최대 전자상가 광화상창(光華商場)에서도 대만 완제품 업체들의 위기를 느낄 수 있다. 눈에 가장 잘 띄는 주요 상점에는 삼성전자·애플·레노버 등의 제품 일색이다. 안방인데도 대만 제품에 대한 인기는 시들한 편이다. 현지의 한 상점 관계자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HTC 스마트폰이 가장 호응을 얻었지만 지금은 삼성이나 애플 브랜드를 훨씬 더 선호한다”며 “해외 경쟁사들의 제품 개발 보폭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시장 경쟁력이 줄어들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을 위한 노력…`친 중국, 탈 대만`

대만은 자국 부품 제조업의 강세와 완제품 산업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과의 친교 강화, 즉 차이완 전략이 우선이다. 대만은 역사적인 대립 관계를 뒤로하고 친중국 경제 정책을 펴며 자국 기업의 중국 투자 등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0년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를 체결한 뒤 상품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고, 서비스 개방, 투자 보장 등 광범위한 협력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대만은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유경제시범구역 조성도 준비 중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아시아 지역 내 다자간 무역협정이 활발히 체결되고 있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대만 자유경제시범구역은 타오위안, 타이베이, 가오슝, 지룽, 타이중, 쑤아오, 타이난 등 6대 무역항과 핑둥 농업생산기술단지 등을 포함해 총 8개 지구로 조성된다. 외국 자본 투자에 대해 3년간 수출 관련 세금을 전면 면제하는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대만 무역기구 관계자는 “최근 마잉지우(馬英九) 총통이 직접 나서 한-중 FTA 등 경쟁국 움직임을 경계하고 자유 무역 확대를 위한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서 경쟁국보다 유리한 입지를 점하기 위한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료:CIA World Factbook, 2013년 발표 기준)

타이베이(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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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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