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가 지난해 약 2만개 프로젝트에 성공적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총 투자 선언금은 5000억원을 웃돈다. 개발자와 창업자, 스타트업 꿈 실현을 돕고 세계 곳곳에 크라우드펀딩 열풍이 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9일 킥스타터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2013년 주요 성과 통계에 따르면 7개 대륙, 214개국에서 300만명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후원했다. 남극 대륙에서도 투자가 이어졌다. 실제 투자로 이어진 프로젝트는 1만9911개로 80만7733명이 1개 이상 프로젝트를 후원했다. 8만1090명은 10개 이상, 975명은 100개가 넘는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지난해 투자가 선언된 금액은 총 4억8000만달러(약 5134억원)다. 하루로 계산하면 132만달러(약 14억원), 1분마다 913달러(약 98만원) 투자가 선언됐다. 3억2000만달러(약 3412억원)였던 지난해보다 50% 늘어난 수치다.
2009년 처음 문을 연 킥스타터는 영화, 음반, 공연 등 분야에서 자금이 부족한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인터넷에 공개해 투자를 얻는 대표적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다. IT 신제품 개발에도 투자가 활발하다.
킥스타터 프로젝트로 세상에 나온 대표적 제품은 페블 스마트와치다. 목표 금액인 10만달러의 100배가 넘는 1000만달러(약 110억원)를 모아 킥스타터 최대 흥행 제품으로 꼽힌다. 예약 판매자 수는 27만여명에 이른다.
페블 스마트와치 외에도 오큘러스가 개발한 가상현실(VR) 헤드셋 `리프트`,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쓰는 비디오 게임기 `오우야`도 주목받는다. 아이에게 공학의 기본 개념을 일깨워주는 장난감 `골디블록스`, 땅과 물에서 탈 수 있는 공기부양 자동차 `드로리안 호버크래프트` 등 참신한 제품도 많다.
킥스타터의 성공에 힘입어 세계 곳곳에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가 등장하며 창업을 부추긴다. 독일에서는 최대 사이트인 `스타트넥스트`가 전체 크라우드펀딩의 90%를 차지하며 활발하게 활동한다. 창업자금 지원의 혁명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도 텀블벅 등 다양한 사이트가 생겨났다.
테크크런치는 크라우드펀딩 시장 성숙에 따라 해결 과제도 생겨났다고 전했다. 킥스타터의 경우 지난해 투자 선언금은 재작년보다 늘어났지만 성장폭은 둔화됐다. 우후죽순으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가 생겨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한 사이트 내에서도 다양한 프로젝트가 경쟁하면서 후원을 받기가 쉽지 않아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초기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투자자를 흥분시킬 만한 제품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테크크런치는 “여러 도전사항이 있지만 지난해 킥스타터에서는 과거 어느 해보다 많은 투자가 선언됐고 실제 프로젝트에 투자됐다”며 “올해 이 사이트에서 어떤 경쟁이 벌어지고 누가 지갑을 여는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13년 킥스타터 주요 성과
킥스타터 성장세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