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야심차게 선보였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가 시장에서 기대만큼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면서 생산과 마케팅이 눈에 띄게 축소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 집계를 인용해 애플이 올해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에서 비전 프로 관련 온라인 광고 예산을 90% 이상 줄였다고 전했다.
애플은 구체적인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시장조사업체 IDC는 2025년 연말 성수기에도 출하 규모가 약 4만5000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분기마다 수백만 대씩 팔리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북과는 큰 격차다.
IDC는 또 애플의 중국 내 위탁 생산사인 럭스쉐어가 2024년 약 39만대를 공급한 후 지난해 초부터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했다. 현재 비전 프로는 13개국에서만 정식 판매되고 있으며, 애플은 지난해 이후 해외 출시 지역을 더 확대하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비전 프로는 애플이 아이폰 중심의 수익 구조를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였다”며 “마케팅 축소는 소비자 관심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방증한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제품 무게, 착용감, 짧은 배터리 지속 시간 등을 약점으로 꼽는다. 모건스탠리의 에릭 우드링 애널리스트는 “높은 가격, 크기와 무게, 전용 애플리케이션 부족이 확산을 가로막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애플은 지난해 10월 성능을 개선하고 사용 시간을 늘린 차세대 모델(M5 기반)과 새 헤드밴드를 도입했으며, 업계에서는 올해 일부 기능을 줄인 저가형 버전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현재 비전 프로의 판매가는 최소 3499달러(약504만원)부터 시작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제품 가운데서도 이례적으로 시장 반응이 제한적인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며 “비전 프로의 향후 전략과 공간 컴퓨팅 시장의 향방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