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5조3000억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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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에 5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한다. 매년 막대한 반도체를 수입하는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려는 포석이다. 중국 시장에서 큰 수익을 내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반도체 설계와 테스트 설비를 보강하고 생산을 늘리기 위해 베이징을 중심으로 50억달러(약 5조3000억원)를 투입한다. 인텔 같은 반도체 대기업을 만들기 위한 인수합병도 지원한다.

중국에는 수백여 반도체 관련 업체는 대개 기술력이 낮고 영세해 수익을 내는 곳은 열에 둘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가 10년 이상 정책 지원을 해왔지만 질과 양 면에서 글로벌 업체와 큰 격차를 보였다. 반도체 자급률은 10%를 밑돈다. 다양한 전자제품을 조립하는 중국은 반도체를 수입에 의존한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소비 규모는 1016억달러(약 108조원)에 달한다. 정부가 직접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선 이유다.

마 카이 중국 부총리는 지난 9월 “중국 기술기업은 반도체 산업 육성에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며 “중국의 경제 성장과 국가 안보 강화를 위해서 반도체 산업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 카이 총리가 국가 안보를 언급한 것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정보수집 행위 때문이다. 인텔, 퀄컴, 텍사스인스트루먼트 같은 미국 반도체 업체를 바라보는 중국 기업의 우려가 높아진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몇몇 글로벌 업체는 이같은 변화를 피부로 느낀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은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NSA 사태 이후 중국 정부기관이 미국 IT 제품 구매를 꺼린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상세한 지원책은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IT매체 시나테크는 반도체 설비와 설계, 제조 업체는 향후 2년간 세금이 면제된다고 전했다. 이후 다른 산업군보다 소득에 따른 세금을 절반 가량 낮춰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반도체 업계는 중국 정부의 발표에 우려를 표했다. 지미 굿리치 미 정보기술산업협회 글로벌정책 이사는 “중국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지원을 할지 세부적인 상황을 파악하지는 못했다”며 “하지만 자국 반도체 업체에는 다양한 혜택을 주고 외국 업체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주도하는 산업 정책은 실패할 확률이 높고 시장을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반도체 시장 규모 전망

자료:중국전자재료산업협회

중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5조3000억원 투자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