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모함처럼 큰 배를 움직이는 데 작은 보트 운전법을 사용하면 안 된다.` 이제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가 아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경제 규모도 커지고 사회도 성숙됐다. 성장을 위해 발버둥치던 옛날과 달리 미래를 생각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나라를 움직여야 한다. 추격형에서 선도형 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우선적인 것은 국가 규모에 맞는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기초`에 역점을 두자고 강조하는 이유다. “장기전입니다. 키를 돌려서 방향을 바꾸는 것이 과거 보트일 때와 다릅니다. 최소 20~30년은 내다보고 선도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만큼 기초체력이 요구됩니다. 수평선 너머까지 갈 수 있는 동력은 과학기술과 교육에 있습니다.”
과학기술계가 움직여야 한다. 국가 성장의 밑바탕은 과학기술에 달려 있고 이것을 성사시키는 것이 교육이라고 이 의원은 말했다. 한편에서는 대덕연구단지가 밀집한 대전 유성구를 지역구로 둔 이 의원이 3선을 하는 동안 바라본 과학기술계는 `갈증을 해소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동력이 될 과학기술인이 옥죄여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발전은 연구에서 시작합니다. 실패할 수 있지만 그 도전이 값진 것이죠. 도전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스템은 연구 현장을 믿지 못합니다. 정부출연연구소가 대표적입니다.”
출연연 연구개발(R&D) 투자비용은 국민 세금이다. 그만큼 허투루 쓰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주객전도(主客顚倒)`됐다는 것이 이 의원의 의견이다. 이 의원은 “연구를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인데, 지금은 돈을 어떻게 쓰는지 감시하고 의심만 일삼는 상태”라며 “연구 성과를 평가하는 시스템부터 잘못돼 있다”고 말했다.
출연연에는 옥상옥, 시어머니가 많다. 출연연 연구 성과나 운영은 미래창조과학부, 기획재정부, 감사원 등 많은 부처에서 지켜보고 있다. 이 의원은 “지금 체제가 출연연을 이끌어가는 데 적합한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성과 평가를 위해서는 역량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관료 중심 시스템으로는 출연연 과학기술 역량 평가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감사원이 동원된 출연연 R&D 역량평가 보고서를 확인하니 평가기관들이 정책 평가보다는 예산 사용 영수증 짜맞추기만 하고 있었다”며 “예산 사용 등 운영 일반은 내부 감사로도 충분히 검증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과학기술 정책 평가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연연 위상이 바뀌었다. 과거 산업 성장을 이끌어온 기술개발에만 몰두해야 하는 출연연이 아니다. 이 의원은 “산업기술은 기업 R&D 역량이 성장한 만큼 민간에 맡겨도 충분하다”며 “출연연은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과학기술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란 것을 재정립하는 것이 오늘날 출연연이 직면한 과제다. 그러나 출연연을 보는 눈은 20~30년 전과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특허 수, SCI논문 인용, 기술료 수입 등 편향된 성과지표로 출연연을 평가하니 `출연연의 제 역할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 의원의 생각이다.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 통합도 마찬가지로 밖에서 출연연을 휘젓는 모양새입니다. 출연연에 필요한 것은 과학기술 정책의 일관성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연구회 소속 출연연들이 쪼개지고 덧붙고 하는 것이 연구 현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R&D를 기획하고 특정 임무를 줘 안정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연구회 방식으로 통합 예정인 과학기술연구회(가칭)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구회 통합은 출연연이 제대로 방향을 세워 연구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획과 미션 부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밑바탕이다. 각 출연연의 역할을 분담하고 설정해 적절하게 연구비를 배정하고 과학기술 성장의 동력 부여를 하는 것이 연구회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무엇보다 연구자들이 신명나게 연구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면서 “외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맡은 일을 해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의원이 지난 9월 과학기술계 출연연 소속을 현행 기타 공공기관에서 제외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출연연은 현행법상 국가 R&D로 과학기술 발전을 도모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있다. 인력 운영, 예산 집행, 경영 평가 등에서 다른 공공기관과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돼 연구기관 독립성과 자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의견이다. 그는 “출연연 본래 임무와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자율적인 인력운용과 예산 집행이 어려워 박사급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등 출연연 스스로가 신명나는 연구 환경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과학기술인이 숨쉴 수 있는,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대담=강병준 경제과학벤처부장
정리=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