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과 경주를 중심으로 동해안 연구개발특구가 지정되면 기초연구 확산 및 산업맞춤형 특구로 차별화된 모습을 띨 전망이다.
우선 우수한 연구역량이 기술사업화의 성공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철강과 신소재(포항), 자동차부품(경주) 등 특화 분야를 활용해 R&D 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지는 여건이 조성된다. 경북지역 민간부문 R&D 비중이 높아 산업 수요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R&D 성과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북은 R&D 투자비 대비 기업 R&D 비중이 74.6%나 된다. 기존 R&D 특구지역에 비해 민간투자비율이 높은 편이다.
또 하나의 차별점은 기초연구성과 확산형이라는 점이다. 경북은 R&D 단계 중 기초연구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정부 R&D 투자비 중 기초R&D가 33.9%로 전국 1위다. 전문가들은 미래창조형 과학기술체계를 갖추려면 탄탄한 기초연구역량과 이를 활용한 성장동력 창출이 필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동해안 R&D특구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차별화된 모습은 가속기 클러스터를 활용한 융합 신산업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포항과 경주에는 이미 제3세대 가속기가 가동 중이며, 4세대 가속기와 양성자가속기도 건설 중이다.
이는 기초과학 및 첨단 기술 응용연구로 실질적 융합 신산업이 창출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인프라다. 특히 양성자가속기는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환경기술(ET), 우주기술(ST) 등 첨단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해안 R&D특구 지정은 기존 특구와의 연계로 시너지가 극대화될 전망이다. 기술사업화 성공사례를 만들어 특구간 상생발전의 기틀을 제공해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R&D 교류 및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도 기대할 만한 특구 간 연계효과다.
대덕특구는 IASP 총회 개최, STP 교육 및 전수사업 등으로 글로벌 연구기관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타 R&D특구는 글로벌 네트워킹이 아직 취약한 실정이다. 반면 포항과 경주 중심의 R&D특구는 막스플랑크연구소와 아태이론물리센터 등을 활용한 세계적 초일류 연구기관 간 협력이 손쉽게 이뤄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동해안 R&D특구가 지정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먼저 과학벨트와 R&D특구를 연계한 자립형 창조생태계의 성공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연구개발부터 기술사업화, 창업, 기업지원에 이르는 전과정을 지원하는 민간주도 기업지원기관 포항테크노파크가 있기에 가능하다. 포항TP는 연구자가 스핀오프(Spin-off)해 창업하면 기업지원 종합플랫폼으로 실질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스핀오프한 HMT를 창업 3년 만에 매출 1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이 바로 대표적 사례다.
동해안 R&D특구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과제가 있다. 현재 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은 지정 요건을 정부출연연구기관 유무로 하고 있다. 동해안지역처럼 우수한 R&D 역량이 있음에도 특구로 지정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민간과 지자체가 주도해 R&D 역량을 성공적으로 키웠지만 오히려 정부출연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R&D특구 지정에서 배제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특구 지정 요건을 국립연구기관이나 정부출연연 또는 국가대형연구시설(각종 대형가속기 등) 3개 이상과 학사 이상 교육기관(이공계) 3개 이상 또는 과학기술특성화대학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지역에서는 국가가 대규모로 투자한 가속기연구소와 같은 기초연구 인프라를 공공연구기관이나 정부출연연 분원으로 지정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현 정부는 최근 과학벨트와 R&D특구를 연계해 기초과학부터 사업화까지 일괄지원하는 방식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기초과학연구원(IBS) 기초과학연구단, 포스텍, 특구 등 R&D지원프로그램을 통합적으로 연계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지역 전문가는 “민간투자에 의해 성공적으로 축적된 연구개발 역량을 국가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보호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동해안 R&D특구 지정은 민간부문 R&D투자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