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국 e스포츠 재도약 가능할까

한국, e스포츠 재도약 가능한가

지난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남쪽 애너하임컨벤션센터에는 전 세계에서 온 2만여 구름관중이 몰렸다. 두 한국 선수가 `스타크래프트2` 월드챔피언십 우승컵을 놓고 다투는 게임실력을 현장에서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서다. 이날 결승전 실황은 미국 디렉TV와 한국 온게임넷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 했다. 피부색이 다른 관중들은 곳곳에서 “제동”(이제동)과 “유진”(김유진)을 목청껏 외쳐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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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했던 e스포츠 바람이 다시 일고 있다.

바람의 근원지는 e스포츠 원조 강국인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스타크래프트2 결승전을 관람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경기장과 TV에 시선이 고정됐다. 온라인에서 판매한 경기 관람권은 한달 전에 동났고 한국에선 일요일 아침시간이었지만 동 시간대 케이블TV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4일 미국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챔피업십2013(롤드컵) 결승에도 1만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다. 올해로 3년째를 맞는 롤드컵 결승을 보기 위해서다. 이날 결승전은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 외에도 1000만명이 넘는 시청자가 TV를 통해 게임을 즐겼다.

◇e스포츠 제2 전성기 꽃핀 미국

e스포츠가 세계적인 흥행무대로 다시 뜨고 있다. 대회 결승전이 열리는 장소면 어김없이 표가 매진되고 고가의 암표까지 등장할 정도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싸늘하게 식었던 e스포츠에 대한 시선은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먼저 훈풍을 만들어낸 곳은 미국이다. 스타크래프트2와 LoL이 세계 e스포츠인들을 열광시키는 `킬러 게임`으로 떴기 때문이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스타크래프트2는 스타크래프트1의 인기에 밀리고, 저작권 문제까지 겹쳐 한동안 e스포츠 분야에서 뒷방 신세를 면치 못했지만, 최근 스타크래프트2도 개인전 종목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LoL은 스타크래프트의 열기를 이은 e스포츠 최강 종목으로 꼽힌다. LoL은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5대5 팀전이 가능한 게임이다. LoL은 `롤드컵` `롤폐인` 등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위축되던 `e스포츠`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등 전 세계적인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짧은 게임 시간 배분과 영리한 부분 유료화 정책, 효율적인 대전 시스템 등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에서도 LoL은 게임시간 점유율에서 69주째 1위를 지키고 있다. 점유율 수치도 37.1%로 2위인 `피파온라인3`(8.66%)보다 네 배 이상 높다. LoL은 2011년 한국에 들어온 직후부터 거침 없이 상승세를 탔다. 정식 서비스 시작 시점인 2011년 12월 이전부터 국내 접속자 수 30만명을 넘어서는 등 관심을 받았고 출시 3개월 만에 PC방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지난 6월 15일 열린 `LoL 챔피언스 스프링 2013` 결승전은 유료 좌석제에도 불구하고 9800여석 전 좌석이 매진됐다.

◇e스포츠 흥행 성과는 외국이 `독식`

한국에서 e스포츠 흥행은 외산 게임 독주체제로 이어지고 있다. LoL이 굳건하게 30%가 넘는 PC방 점유율을 기록하는 가운데 미국 EA스포츠가 개발한 피파온라인3가 뒤를 잇고 있다. 국산게임으로는 서든어택, 블레이드앤소울(블소), 아이온 정도가 한자리수 점유율을 지키는 정도다.

전문가들은 LoL이 30%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e스포츠 흥행이 한몫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장주 중앙대 교수는 “LoL이 2년 가까이 PC방 점유율 1위를 지키는 것은 게이머들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이것이 다시 게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작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 게이머들은 지난 2005년 스타크래프트 결승전을 보기 위해 12만 관중이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 모여들었듯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마땅한 콘텐츠가 없어 그간 열기를 드러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8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백사장 특설무대에는 SK텔레콤T1과 KTF의 매직엔스가 펼치는 2005스카이프로리그 결승전을 보기 위해 12만명 관중이 몰렸다. 바로 전해인 10만 관객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당시 관중을 모은 게임은 다름아닌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였다.

e스포츠의 열기 중심에는 온라인 게임 강국 한국이 아닌 미국의 게임이 수년째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e스포츠 제2 부흥기를 잇기 위해선 e스포츠를 위한 국산게임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외산게임에 대적할 e스포츠 게임이 없기 때문이다.

김민규 아주대 교수는 “외산에 대적할 흡인력 있는 토종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특히 MMORPG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대전 게임이 만들어져야 e스포츠 흥행 바람을 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어 “e스포츠 흥행에 성공한 게임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대전이 되면서 너무 길지 않은 플레이 타임과 개인의 숙련도와 기술 난이도가 어느 정도 있는 게임이어야 한다”며 “e스포츠 종목으로 자리잡으면 게임은 생명력이 길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인에게 기쁨을 주는 게임이자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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