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환경산업 기술은 경제성장과 함께했다.
종전 이후 유난히 빨랐던 압축 경제성장은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했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하수·폐기물 처리 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 환경설비 또한 가격경쟁력을 갖춰 개발도상국 사후처리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리적 근접성, 문화와 정서적 유사성으로 국내 환경산업은 동남아시아 환경시장에서 성과를 보여 왔다. 이제는 그 영토를 다른 곳으로 더욱 확대하고 있다.
◇성숙기에 들어서는 환경산업 수출 체계적 전략 마련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 태안 기름유출 사건 등 우리 사회는 급격한 경제성장과 함께 많은 이에게 충격을 준 환경사고를 겪었다.
심각한 환경사고는 환경 인식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됐고 관련 산업 지원이 늘어나는 전환점이 됐다. 그와 동시에 많은 환경 관련 규제와 제도가 생겼고 이와 함께 환경산업도 급속히 성장해 개도국에 수출하는 수준까지 왔다.
국내 환경산업 수출은 새로운 세기를 맞이한 2001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환경산업이라는 용어를 법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2010년 `환경기술 개발에 관한 지원법`의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개정되면서부터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산업계는 활발히 이 분야 해외시장을 두드리고 있었다.
정부는 환경산업 해외 진출을 촉진하고자 2001년부터 중국, 베트남 등 신흥 개도국을 중심으로 `환경산업 수출협력단`을 파견했다. 그 결과 2002년 4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환경 수출 규모는 2010년 3조3000억원으로 매년 25% 이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금의 추세라면 환경산업 수출액은 2017년 201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는 `해외환경산업협력센터`를 설치해 국내 환경기업 해외 진출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협력센터는 해당 지역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에 통역과 법률자문, 바이어 알선, 현지 사무실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환경산업은 정부규제의 영향이 크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회수기간은 길다. 이 때문에 정부 주도로 사업이 추진되는 사례가 많다. 협력센터는 현지 정부와 관계를 유지하고 협력 사업을 발굴해 국내 환경기업에 비즈니스 기회를 마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10년을 넘어가면서 환경산업 수출에 종합 육성 정책이 마련되기 시작한다. 2011년 환경산업의 전략적 육성과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이 마련됐다. 2012년에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에 근거한 5개년 단위 육성 계획 수립 작업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기존 해외진출 지원제도를 개선하고 주요 수출목표와 중점 추진과제 등이 수립됐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대륙별 환경산업 유망국가를 선정해 기술동향과 정책분석 등을 담은 환경시장 진출 가이드를 매년 발간 중이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브라질, 콜롬비아, 터키, 튀니지, 멕시코, 인도, 가나, 콩고 등을 대상으로 가이드북을 발간하고 있다.
최근 환경산업은 동남아시아에서 중동을 거쳐 아프리카로 그 동맥을 이어가고 있다. 아프리카는 국제적으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으로 환경산업이 지닌 임무가 유독 많은 곳이다.
국내 환경산업의 아프리카 진출 대표 사례는 2011년 가나에 설치한 소규모 상수도 공급시설이다. 정부는 ODA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우물파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상수도 공급이 어려운 아프리카 주민이 마실 물 설비도 설치하고 있다. 마을 상수도 개발 시범사업 확대는 향후 국내 물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 기반이 될 전망이다.
◇민관 협력으로 해외시장 개척
정부는 올해도 동남아시아, 중동, 중남미, 동유럽 할 것 없이 세계 전역으로 환경시장 개척단을 내보냈다.
시장개척단은 항상 민관 합동으로 꾸려진다. 해외 환경산업 프로젝트의 발주처인 현지 정부 관계자와의 면담을 활용한 정책 지원이 필수기 때문이다. 올해도 환경부를 주축으로 산업부, 국토부, 외교부 등과 국내기업이 힘을 합쳐 물과 폐기물 분야에서 새 시장을 개척했다.
2011년 중남미 시장으로 길을 떠난 그린카라반 협력단은 브라질 상파울루 수자원부와 상수도 공사, 지자체인 찌에테시와 협력 추진을 약속했다. 또 칠레 환경부, 수자원관리청과 상하수도 분야 MOU를 교환했다. 대기 분야에서도 환경개선 마스터플랜 수립 협의를 논의했다.
지난해에는 동남아 3국을 중심으로 물 시장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외교부·국토부가 우리 물 기업과 동남아시장에 파견됐고 물 포럼, 양자회담 등에서 물 통합관리 방안과 고도 처리기술 등 협력 가능 분야를 점검했다.
이와 반대로 해외 정부 주요 인사를 국내로 초청해 환경기술을 세일즈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유망 수출지역 핵심인사를 초청해 협력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비스니스 상담회와 기업 및 시설 견학을 진행하는 그린비즈니스 파트너십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지난해부터는 환경부와 산업부, KOTRA, 환경산업기술원이 공동 개최해 유관기관 간 협력모델 창출로 해외 녹색 프로젝트, 정보발굴 및 수주지원 극대화를 도모하고 있다.
개도국 정부와 협력채널을 구축하고 사업을 발굴하는 마스터플랜은 2007년부터 추진됐다. 진출 예정국의 환경여건 등을 파악해 국내 기업 진출 유망 분야와 중점 투자대상을 발굴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지금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아제르바이젠, 탄자니아, 알제리 등을 대상으로 ODA 혹은 민간투자와 연계한 사업화가 추진 중이다.
해외 환경산업의 위험을 줄이는 타당성 조사 지원도 환경기업에 커다란 도움이 되고 있다. 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이나 대외원조사업, 민관협력사업, 민간투자사업 등과 연결해 타당성조사 비용을 지원한다. 이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환경 프로젝트 수주에 뛰어들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 사업은 지금까지 80여개 환경 프로젝트를 지원해 600억원 규모 사업을 수주하는 데 기여했다.
진출국 규제 여건의 현지 연구기관 공동연구도 진행 중이다. 2004년 중국과 맞춤식 `국제공동 환경기술 연구개발 사업`으로 시작된 이 연구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동, 북아프리카 등 신흥 환경시장으로 확대 추세다. 지난해 `환경기술 국제공동 현지사업화 지원 사업`으로 전환하며 목적을 분명히 해 우수 환경기술 수출과 연계하고 있다.
◆알아두면 편리한 환경산업 수출 지원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국내 환경기업의 해외 수출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을 이용한 수출마케팅 지원으로 3년간 200억원에 달하는 수출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온라인 수출마케팅 지원은 해외 주요 환경박람회 현장 사이버 무역전시관 개설, 해외 유수기업 간 시장을 이용한 홍보와 전문가 밀착형 무역 관리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지난 3년간 150여 환경기업이 지원을 받았고 1500억원 규모 수출 상담을 실시했다.
환경산업기술원은 해외 환경박람회에 참여해 `Korea e-Trade Show`라는 명칭으로 사이버 무역전시관을 개설하고 국내 제품을 온오프라인으로 홍보했다. 프랑스, 중국, 베트남 등 6개국에서 국내 중소 환경기업 제품을 해외 현지에 소개하는 무대를 제공했고 박람회 현지 영상통화 시스템을 갖춰 국내에서 현지 바이어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기회도 마련했다. 또 무역 전문가를 참여시켜 바이어 신용조사와 거래 협상, 수출 계약서 작성을 지원하는 등 실제 수출 계약에 이르기까지 체계적 후속 지원을 제공한다.
올 하반기부터 멘토링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멘토링 서비스는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중국, 동남아시아 환경시장으로 진출하는 환경 R&D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환경산업기술원은 멘토링 서비스 우선 작업으로 지난 1월부터 51개 환경기업을 방문해 예비 멘토링을 진행하고 수출사업화에 필요한 상담을 실시하는 한편 지원 방안 모색에 나섰다. 환경산업기술원은 기업의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해외시장 정보 제공 확대, 기술 로드쇼 등 해외 마케팅 지원, 실무 수출역량 강화 교육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국내 환경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해외시장 정보와 금융 지원, 해외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산업 멘토링으로 국내 기업이 개발한 우수기술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