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시대 새로운 아이디어와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가교 역할로 디자인을 활용하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기업이 가치를 발굴하고 미래 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수단으로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김영준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전무는 24일 서울 강남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한국지식재산협회 주최로 개최된 `지식재산 최고 책임자(CIPO) 조찬회`에서 “기업은 당장 팔 수 있는 디자인보다는 5년 후 미래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디자인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경영에서 디자인의 역할과 미래 디자인`이란 주제 강연을 맡은 김 전무는 1984년부터 삼성전자 제품 디자인 기획 등을 담당했다. 삼성디자인학교(SADI) 학장을 역임하고 있다.

김 전무는 “과거에는 껍데기(조형)로서 디자인을 다뤘지만 최근에는 인간의 감정을 디자인에 넣는 `혁신 디자인` 논의가 활발하다”면서도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발전하기 위해서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는 창조형 디자인을 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디자인 발전은 3단계를 거쳐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김 전무의 생각이다. 디자인 1.0은 제품 기능에 맞춰 디자인돼 조형물에 불과했다. 과거 브라운관을 TV에 적용하기 위해 천편일률적인 `상자`모양 TV가 대표적인 사례다. 디자인 2.0은 디자인에 소비자의 감성을 담았다. 2006년 얇은 화면을 가진 LCD TV는 TV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였다. 김 전무는 “일본산 TV가 세계 시장을 잠식했을 때 가벼운 느낌이 드는 TV를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오늘날 TV 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전무가 강조하는 미래 디자인(디자인 3.0)은 감성을 담는 것을 넘어 가치를 발굴하는 수단이다. 지금까지 없었던 제품을 만드는데 디자인 중심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자동차 앞면 유리 뿐 아니라 많은 건물이 유리창 벽면으로 설계되고 있다”면서 “이 유리들이 모두 `디스플레이`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벽면 유리와 자동차 앞면 유리는 TV를 넘어 기업이 투자해야할 미래 산업인 셈이다.
미래 가치를 발굴하는 디자인을 활용하려면 `융합`도 중요하다. 소비자에게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뿐 아니라 기술과 시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전무는 “미래 사회를 그리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지만 기술·마케팅 분야와 연결고리를 고민해야한다”며 “디자인, 기술, 사람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