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Growth 2.0]<35>강원 남부권 `수도통합서비스센터`를 가다

산과 산이 이어져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 곳 정선. `아리랑의 어머니`로 불리는 정선아리랑은 정선의 지리적 고립과 외로움의 애절함이 담겨 있다. 지난해 이곳에 자리 잡은 수도통합서비스센터는 정선을 비롯해 영월, 평창 등 강원 남부권의 지리적 고립에 따른 상수도 인프라 불균형 문제 해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수도통합 사업을 벌인 지 1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시설 현대화로 지역 유수율을 10% 가까이 향상시키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Photo Image
한국환경공단은 평창과 대화 정수장을 통합해 올해 8월 평창수도사업소를 열었다. 평창수도사업소 내 정수시설 전경.

강원 남부권 수도통합서비스센터는 영월, 평창, 정선 지역의 수량 및 수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대민 서비스 개선과 경영 효율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설립됐다. 지금은 상수도 관망 누수관리와 유수율을 제고하려 노후 관망을 교체하고 센서를 설치해 원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강원 남부권의 열악한 상수도 환경은 사전정보로 알고 있었지만 눈으로 확인한 것과는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서울을 떠나 정선에 도착하기까지 세 시간 동안 우리나라의 지역별 수도인프라 격차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영월에 진입하면서 시작된 구불구불한 산길과 띄엄띄엄 눈에 띄는 조그만 마을은 어느 지자체도 이 지역에서 상수도 사업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환경부가 한국환경공단에서 각 지자체와 협약을 체결, 상수도 사업을 위탁해 통합 운영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의문은 짧은 시간의 기우에 그쳤다. 정선 수도통합서비스센터에 도착해 만난 환경공단 직원들의 표정에서는 희망과 성취감을 볼 수 있었다. 아직 정식 센터건물이 지어지지 않아 정선군 시내에 작은 임시사무실을 마련했지만 직원들은 불만보다는 보람으로 이야기 보따리를 펼쳤다.

현재 정선 센터에는 각 지역 수도사업소를 합쳐 총 8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이 운영하는 시설용량은 일 6만6300㎥ 규모로 정수장 20군데, 배수지 45군데, 가압장 59군데다. 강원 남부권 주민 4만여명과 면적 3800㎢ 지역에 상수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시와 비교하면 인구 수는 극히 적지만 서울의 여덟 배에 달하는 지역을 센터 직원이 모두 관리하는 셈이다.

100명이 채 안 되는 인력으로 넓은 지역의 노후관망을 개선하다 보니 어려움이 적지 않다. 꽤 오랫동안 수도관망 개선 사업이 없던 터라 공사 와중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이 발생한다. 이들을 가장 난감하게 하는 일은 설비 교체를 위한 굴착작업 중 관망 파손이다. 장기간 지하에서 지반 침하·이동 등으로 실제 도면과는 다른 곳에 매설돼 있는 관망이 다수였다. 관로도 길고 얇다 보니 굴착 과정에서 장비가 관을 건드리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고지대의 독특한 기상 환경도 큰 변수로 작용한다. 강원 산간의 유난히 긴 겨울과 많은 눈은 관망 공사 기간을 그만큼 단축시킨다. 1년 중 관망 개선공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은 4월 말부터 10월 말까지가 고작이다. 겨울에는 추운 날씨에 동파를 걱정해야 하고 여름에는 고랭지에서 내려오는 흙탕물 정수가 부담이다.

2010년 말 시설 개선공사를 시작해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평창, 영월, 정선 지역 상수도 유수율을 56%까지 끌어올리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업 개시 당시 유수율이 40%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10% 이상 개선효과를 거둔 셈이다. 특히 유수율 33%로 가장 상수도 설비가 열악했던 영월은 관망 교체로 20%가 넘는 유수율 개선효과를 거뒀다.

통합센터는 2015년까지 설비 개선공사를 계속해 상수관망최적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을 완료, 유수율을 8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직원들은 1300㎞에 달하는 관로를 따라 걸으며 누수 구간을 탐지하고 있다. 겨울에는 가정을 직접 방문, 동파 방지를 위해 계량기에 보온덮개를 씌워주는 세심함도 발휘한다.

오랜 객지 생활에 지칠 법도 하지만 통합센터 직원은 환경공단이 지자체와 벌이는 상수도 관련 첫 사업이라는 사명감으로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있다. 환경공단이 과장급 실무진으로 파견인력을 구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덕분에 사업 추진 과정에서 관련 지원제도를 개선하는 등 적극적인 업무가 이뤄지고 있다.

송종운 수도통합서비스센터장은 “지역적으로 업무 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직원끼리 서로 의지하며 사명감과 성취감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며 “개선 시설과 원격관리 같은 현대화 시스템으로 강원 남부지역민에게 선진 상수도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남부권 상수도 통합의 미래를 보다

평창수도사업소는 환경공단의 강원 남부권 상수도 통합 운영의 미래를 보여주는 곳이다. 정선 통합센터에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환경공단이 그리는 상수도 운영시스템의 실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평창수도사업소는 기존 평창과 대화 정수장을 폐쇄하고 새로운 용지에 두 곳을 통합한 신규 정수장을 조성해 만들었다. 올해 8월 운영을 시작한 새내기 사업소지만 평창, 대화, 방림 등지에 걸쳐 총 22개의 상수도 관련 시설을 원격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루에 처리하는 물의 양만 9200톤에 달하지만 시설 모니터링 상황실 근무자는 2인 4교대로 총 여덟 명이다. 모든 감시체계와 설비운용이 자동화돼 있어 상황근무자는 시스템 이상 작동 여부나 상황 발생 시 조치만 취하면 된다.

정수장과 배수지, 가압장 수위를 자동으로 체크하고 각 시설 수위에 변동이 있으면 펌프가 자동으로 작동해 적정 수위를 맞춰준다. 현재 수위현황과 각 펌프 가동현황, 급수지까지의 물 이동량 등이 커다란 화면에 실시간 그래프로 보인다. 설비에 이상이 생기거나 적정수위를 유지하지 못할 때는 자동으로 알람이 울려 경보한다.

각 배수지 및 가압장 현장에는 CCTV가 설치돼 있어 외부 침입자 여부를 상황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 취합된 모든 정보는 데이터베이스로 저장된다. 설비운영 상황 데이터는 3년 이상, 현장 CCTV 영상은 3개월 이상 보관한다.

지방시설 답지 않게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도 인상적이다. 시설 주변은 아직 모래가 그대로 드러나 있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악취 하나 없이 깔끔하다. 강원도 계곡물 원수를 사용하다 보니 이를 끌어 모으는 취수장도 깨끗하다. 이곳 취수장은 다른 곳과 달리 약품처리를 하지 않는 방식을 쓴다. 그 대신 물의 체류시간을 길게 해 부유물을 가라앉힌다. 이 물은 정수장과 배수지를 거쳐 지역주민에게 공급된다. 정수장에는 밸브마다 모터가 설치돼 있어 직원이 굳이 수문을 열고자 밸브까지 올 필요가 없다.

평창수도사업소는 모든 관리시설을 디지털로 전환하고 IT를 활용해 자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 덕분에 기존 아날로그로 설비를 관리할 때보다 정확한 상황판단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졌다. 환경공단이 제시한 통합운영 효율화에 따른 비용절감과 대민 서비스 개선이 그리 머지않은 미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뷰-이시진 환경공단 이사장

“서비스 수준의 상수도 사업을 구현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상수도 사업이 단수 없는 깨끗한 물의 공급이었다면 여기에서 더 나아가 고객 위주 경영기법을 도입해 대민 서비스를 개선할 것입니다.”

이시진 환경공단 이사장이 강원 남부권 상수도 통합 사업과 관련해 서비스 수준의 설비 운영을 약속했다. 그동안 상수도 시설 불균형으로 강원 남부권 지역민이 느꼈던 아쉬움을 선진 서비스로 채운다는 복안이다.

수도통합서비스센터라는 이름에도 그 의지는 잘 담겨 있다. 기존 수도사업소 역할이 수돗물 생산 공급과 요금 및 수질정보 수준의 민원업무였다면 통합센터는 첨단 원격관리 시스템과 누수탐사팀 운영으로 원가절감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 개시 1년이 지나면서 통합운영 기초는 다져놓은 상황이다.

이 이사장은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이 30%가량 진행돼 오는 2016년 본격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며 “여기에 민원상담 전문직원 채용, 민원관리대장 정비, 대표전화 개설, 긴급출동차량 구매 등 고객민원 분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상수도 통합사업의 성과가 곧 가시화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미 일부 관로개선 작업으로 유수율을 10% 이상 개선했지만 시작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블록 단위로 상수관 망 공사가 마무리되고 각 블록이 합쳐지면 유수율은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원가상승도 심야 및 경부하 시간대 운전, 고효율설비 채택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지역주민의 이해와 도움으로 지금까지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통합사업에 계속 지지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상수도 관망 공사 시 단수 조치로 지역민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설 개선 취지를 이해하고 협조해 줘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가 계속된다면 성공적으로 통합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이사장은 “유수율이 낮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지자체 상수도는 국가적 차원에서 전문기관 위탁운영을 늘려야 한다”며 “이번 강원 남부권 통합운영을 상수도 운영 우수 모델로 정착시켜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