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DGIST 남홍길 교수 뉴바이올로지 분야 국내 첫 광장형 연구 화제

인류는 자원고갈과 고령화, 기후변화 등 심각한 사회적, 환경적 문제에 직면했다. 이 같은 문제들은 안타깝게도 지금의 과학적 방식으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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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홍길 교수

뉴바이올로지(New Biology)는 이런 배경에서 등장했다. 국내 최초로 올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개설된 뉴바이올로지 전공이 차세대 생물학, 생명공학이라는 한정된 관점에서 벗어나 시대를 앞서는 연구와 교육방식을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과정에는 남홍길 기초과학연구원(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 단장을 비롯해 문대원 DGIST 펠로우(Fellow) 교수, 장익수 교수(창의연구단장), 임평옥 책임교수, 황대희 교수(IBS 그룹리더), 우혜련 교수 등이 포진해 있다. 남홍길 단장으로부터 뉴바이올로지와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뉴바이올로지는 어떤 학문인가.

-생물학적 문제나 질문을 대상으로 하지만 물리학과 화학, 수학, 컴퓨팅, 공학, 인문사회과학 등 전 분야 지식과 기술, 방법론을 도입해 다차원적으로 풀어나가는 학문이다. 인류 생존에 필수인 환경과 의료, 에너지,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

다시 말해 생물학적 시간의 의미, 원자 간 상호작용과 생명현상, 세포 간 소통방식과 원리 등에 대한 질문에 다중오믹스, 나노분자 이미징, 슈퍼컴퓨팅과 같은 기술과 생물정보학, 시스템 생물학, 양자생물학적 접근방식을 접목해 과학적 지식과 응용기술을 개발하는 학문이다.

△뉴바이올로지 분야에 광장형 교육과 연구, 문화를 도입했다는데, 어떤 의미인가.

-광장은 그리스 시대 아고라(Agora)가 의미하는 개방과 소통이다. 현재 대학 연구실은 학생이 지도교수 연구실에 소속돼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는 도제식이다. 다양한 융·복합적 학문체계를 추구하는 현대 과학에서는 효용성이 떨어진다.

광장형 연구는 학과 참여 교수들이 자신이 보유한 과학적 지식과 기술, 시설을 개념적 광장에 두고 다른 교수와 학생, 연구원이 자유롭게 선택해 메뉴처럼 활용하는 방식이다. 기존 공동연구나 협동연구 체계를 뛰어넘는 고차원적 지적 탐구가 가능하다. 학생들은 특정 교수나 학문에 얽매이지 않고 과제와 연관된 학문이라면 어느 곳이든 문을 두드릴 수 있다.

△광장형 교육이 현재 뉴바이올로지에만 도입된 방식인가.

-지금은 뉴바이올로지 분야에서 선행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세계 초일류 융·복합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는 DGIST 학연상생의 근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광장형 연구와 교육은 단순히 잘하는 과학이나 과학자를 넘어 미래과학의 지도자를 배양하는 것이다.

△뉴바이올로지 전공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특성화 및 체계화된 교육시스템으로 학생 중심 교육과 연구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우선 석·박사 통합과정은 4년제가 기반이다. 학생들은 입학 후 1년간 4학기로 구성된 집중과정 동안 인문, 과학소양, 실험기법 및 설비 이용법, 데이터 처리 등 전공공통과목을 이수한다. 나머지 3년은 학생이 선택한 연구주제에 몰두하게 된다.

학생들은 과학창의력과 과학 윤리 및 철학, 과학발달사, 과학소통, 경영학 등 전인형 교과과정을 배운다. 학생선발도 융합적 이공계 교육을 위해 생명과학뿐만 아니라 화학, 물리학, 수학, 컴퓨팅, 공학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을 선발한다.

△뉴바이올로지가 추구하는 본질적 가치는 무엇이며, 무엇을 다루는가.

-미래 과학기술 리더는 주어진 문제를 잘 풀고 지식과 기술을 창조하는 단계를 넘어 문제 자체를 창조하는 과학자여야 한다. 뉴바이올로지는 학과 구성원이 학문기술 분야 경계를 넘어 인류 다음 문명을 열 수 있는 문제를 제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과학이 단순 생계수단이 아니라 자연의 원리를 탐구하고 이성적이며 합리적 사회를 만들어 인류에 공헌하도록 하는 것이 뉴바이올로지가 추구하는 본질적 가치다.

뉴바이올로지가 도전하는 분야는 노화와 생물학적 지속성이다. 뉴바이올로지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 노화의 근원적 메커니즘을 밝혀 노화와 죽음에 대한 궁극적 이해와 지식을 제공할 것이다. 또 세계적 식량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

△향후 계획은.

-2018년까지 30여명의 교수를 채용해 2020년까지 국가적으로 새로운 과학과 연구문화의 모델케이스를 제시하고 세계를 이끄는 학문 조류를 만들 계획이다. DGIST 비전인 세계 초일류 융·복합 대학 달성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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