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팹리스, 신성장동력 확보 시급

반도체 팹리스 업계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차세대 먹거리를 쉽사리 찾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개발·공정 비용은 점점 올라가고 있지만 확실한 고객사나 판로는 보이지 않는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센서, 의료,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한 첨단 산업에 대해 업계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실리콘웍스·실리콘마이터스 등 국내 팹리스 대표 업체들이 올해 매출액 정체를 보이거나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업체들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과 LCD용 전력관리반도체(PMIC)를 개발해왔다. 디스플레이 시장이 장기 침체를 겪은데다 예상보다 칩 판매도 부진했다. 신사업인 차량용 반도체, 모바일 PMIC 개발은 더디다.

한대근 실리콘웍스 사장은 “올해 스마트패드용 PMIC 일부 모델에 공급하지 못해 지금까지와 같은 성장률을 보이긴 힘들 것”이라며 “정부 과제로 개발 중인 차량용 반도체도 어려운 기술이라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사장도 “모바일용 PMIC 공급이 늦어지고 있다”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발광다이오드(LED) 등 로드맵은 있지만 조기에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용 반도체는 하이맥스·노바텍 등 대만·중국 업체들도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 시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피해 신시장을 찾는 게 급선무다.

지난해 매출액 1000억원을 처음 달성한 실리콘화일은 200만화소급 보급형 휴대폰용 카메라 이미지센서(CIS)로 중국 매출이 늘었지만 고급형인 800만 화소는 이제 양산을 개시했다. CIS는 삼성전자·소니 등 글로벌 업체들이 이미 1300만 화소 기술을 선보이고 있고 내년에는 1600만 화소까지 출시할 예정이라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넥스트칩은 보안용 카메라 센서(CCD) 이미지시그널프로세서(ISP) 국내 점유율 1위지만 상반기 적자 전환했다. 신규 경쟁사가 생기면서 국내 업체끼리 출혈 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신시장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시스템온칩(SoC)으로 주요 반도체 기능들이 통합된 이후 개별 팹리스가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적어졌다”며 “신시장을 찾는데도 한계가 있어 업계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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