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젊고 참신한 대학원생들의 녹색산업 관련 아이디어 모으기를 추진한다. 서울시는 12월까지 `서울 대학원생 녹색산업 공모전`을 실시한다. 총 시상규모 2400만원의 이번 공모전에서 서울시는 청년들의 기발한 녹색 아이디어가 모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응모자격을 서울 소재 대학원을 다니거나 서울에 거주 혹은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서울인 학생들까지 모두 포함한 것도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끌어 모으겠다는 의도다. 서울시는 공모전에서 꼽힌 우수 아이디어를 새로운 녹색정책 수립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가 추구하는 보톰업(bottom up) 방식 녹색시정의 대표 사례다.
◇다양한 아이디어 갈무리 해 녹색정책 반영
서울 대학원생 녹색산업 공모전에 참여자들은 신재생에너지, LED, 녹색건축, 그린카의 서울시 4대 녹색산업을 대상으로 사업모델 및 지원방안, 신규시장 등의 정책 제언을 하면 된다.
서울시의 이번 공모전은 일반적인 정책수립 과정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전문 컨설팅 회사 및 관련 분야 교수들에게 연구용역을 부탁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통상적인 과정과는 확실히 추구하는 색이 다르다.
이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것으로 새로운 녹색정책을 추구한다는 서울시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최신 트렌드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그들의 문화와 새로운 시장의 융합을 통해 차별화된 녹색 아이디어를 발굴할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기대다. 녹색일꾼을 미리 발굴하는 측면도 있다. 공모전 수상을 통해 녹색산업에 대한 이해와 타 산업분야와의 융합을 시도할 수 있는 될성부른 떡잎을 발굴하는 것도 이번 공모전의 미션이다.
서울시는 공모전 이외에도 다양한 외부 우수 제안을 받아들여 녹색정책에 반영해오고 있다. 녹색부문 해외타깃 시장 조사, 해외인증 취득지원 사업 등도 외부 건의를 통해 올해부터 신규사업화가 진행 중인 정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서울시 소재 녹색기업들은 해외 녹색시장 정보와 CE 등 해외수출을 위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인증 취득을 지원받을 수 있다.
각 지역별 녹색실천 의지도 정책을 추진하는데 큰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주민이 만들어가는 에너지 자립마을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마을 특성에 맞는 도시형 에너지자립마을 표준모델을 보급할 예정이다. 특히 주민들의 에너지 자립의지가 강한 동작구 성대골과 금천구, 새재미 마을 등을 집중 지원해 태양광, LED, 에너지효율화를 사용한 도시 에너지자립마을 유형을 완성할 계획이다.
새로운 에너지 절약운동을 위한 시민들의 아이디어 제안 창구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정보종합센터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시민들은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하기 좋은 곳을 추천하고 에너지 낭비 요소를 신고하는 등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고 있다. 파워블로거, 부동산중개인,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특히 부동산 거래 시 건물의 에너지 효율등급 확인하면서 에너지 절약형 인테리어에 대한 제안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와 시민단체가 협력해 에너지 절약 민간재단 설립과 기금 조성을 위해 모금활동을 벌이는 등 녹색정책 전반에서 협력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시민생활문화로 정착한 원전 하나 줄이기
지난해 서울시는 에너지시민협력반을 신설하고 시민참여 절약운동의 기반을 마련했다. 올해는 시민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새로운 에너지 절약운동을 발굴하는 한편, 에너지 저소비형 생활문화를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의 녹색정책이 자리 잡게 된 계기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낸 것이 주효했다. 특히 참여형 녹색캠페인으로 원전 하나 줄이기를 골치 아픈 `숙제`가 아닌 흥미로운 `놀이` 접근해 많은 성과를 거뒀다. 올해도 연예인, 음악가, 스포츠 스타를 홍보대사로 위촉해 문화적 접근을 통한 시민참여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음악가와 함께 하는 에너지 합창단 공연, 도보여행가와 에코투어, 스포츠 스타와 인간 동력 전력생산 놀이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종교계와도 협력체계를 구축 중이다. 불교·천주교·기독교 등 참여 교단별 양해각서를 체결해 에너지 절약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대형 종교시설에 대해서는 건물 신축시 태양열·지열·고단열창 등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 건축자재를 우선 도입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시민들이 스스로 에너지 절약에 참여하는 동기 부여를 위한 인프라 개선사업도 병행되고 있다. 그동안 전기절약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지적되어 온 건물 통합 계량기 분리설치 사업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신축 상가 및 오피스 건물부터 계량기 분리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를 기존 건물로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하절기 전력피크 때마다 문을 개방한 채 영업하는 상가들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명도상가도 많은 건물들이 계량기를 분리하지 않아 상인들의 절전행동을 이끌어내기가 힘들었다. 계량기 분리설치는 절전에 따른 이익이 곧바로 상인들에게 돌아가 에너지 절약에 기여할 수 있다.
에코마일리지 혜택도 대폭 확대한다. 에코마일리지는 `에코(eco)`와 `마일리지(mileage)`의 합성어로 전기·수도·도시가스를 절약한 만큼 마일리지 형태로 쌓아 인센티브를 받고 이를 다시 카드포인트와 현금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이다. 올해 초에는 자동차보험사와 제휴를 통해 차량 주행거리 감축에 따른 에코마일리지 추가 지급하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전체 에코마일리지 가입대상 357만개 중 절반 가까이 회원을 끌어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회원가입시 주민등록번호 및 고객번호 요구 생략, 자동확인시스템 등을 도입해 가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소액 다품종 인센티브와 모바일 쿠폰 배송방식도 도입할 예정이다. 또 카드 발급은행간 경쟁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대중교통요금 할인율은 확대하는 등 발급 활성화를 통해 회원가입을 유도할 계획이다.
서울시 에코마일리지제 가입 현황 및 전망(가입대상:가정 328만개소(1인 가구 제외), 학교 및 일반건물 등 단체 29만개소)
자료: 서울특별시
[소박스/서울 에너지 자립이 일자리 만든다]
서울시는 녹색산업 육성을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고 있다. 환경과 경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녹색산업 육성 지원으로 고용유지와 신규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해석에서다.
올해는 △서울형 녹색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에코라이프 디자이너 양성 △재활용 분야 사회적 기업 육성의 3대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서울형 녹색산업으로는 녹색제품 구매 촉진과 태양광 보급 활성화, 각종 재원지원을 추진해 정책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있다. 에코라이프 디자이너는 생활 속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로 전력부하관리사업과 지능형 수요관리사업 부문에서 수익창출과 창업을 계획 중이다.
시책사업과 관련 직간접적인 녹색일자리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녹색생활설계사(에코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를 양성·운영하고 있다. 각 현장을 찾아가는 에너지 진단 서비스와 녹색생활 습관을 컨설팅하는 인력이다. 사업장 절전 등을 통해 전력피크시 부하감축으로 정부지원금을 받는 수요관리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가정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클리닉 서비스도 있다. 가정의 에너지 사용현황을 진단해 생활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올해 1000명 확충이 목표다. 자치단체 국제환경협의회인 ICLEI의 동아시아본부 서울 입주도 국제 업무 관련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다.
간접적으로는 4대 녹색산업의 파급효과에 따라 LED, 건물 에너지효율화, 태양광 부분에서 일자리 유지 및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태양광 부문은 180㎿ 민자 유치 태양광발전소 설치에 따른 제조·설치·유지관리 분야 일자리 5000개 이상이 발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우수 에너지 절약 활동가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및 녹색제품 구미비율 확대, 녹색관련 연구과제 발굴 등 각 실·국·본부별 협조체계를 가동해 녹색일자리를 계속해서 늘려나갈 계획이다.
서울시 일자리 창출 계획
자료: 서울특별시
[인터뷰/ 문종현 SBA 정책사업본부장]
“기후변화시대에 에너지와 자원 절약은 모두의 숙제입니다. 모든 산업이 녹색과 관련 되어 있고 모든 직종에서 녹색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합니다. 서울시가 녹색정책을 펴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에너지 소비형 도시에서 에너지 효율화 도시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일자리가 창출될 것입니다.”
문종현 본부장은 서울시 녹색정책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도시인만큼 절약할 것도 사업화 할 것도 가장 많은 곳이 서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진행 중인 대학원생 공모전도 서울시 녹색정책을 보다 새롭게 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SBA는 공모전 아이디어를 통해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녹색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문 본부장은 “서울시는 외부의 의견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는 열린 시정을 하고 있다”며 “공모전을 통해 접수된 우수 아이디어는 녹색정책에 반영해 실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본부장은 서울시 녹색정책에 젊은 청년들의 역할을 강조한다. 녹색사업의 활기와 참신함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교수들이 제안해온 연구들과는 다른 고정관념을 탈피한 아이디어가 녹색산업의 진화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청년들이 꿈을 펼치기 위한 환경은 윗선에서 조성해야 한다고 봤다. 이들이 아무리 좋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회사 대표 등 윗사람이 녹색에 대한 이해도가 없고 사회 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지원인프라가 없다면 그 가치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기업의 대표, 정책 결정권자, 지자체 및 국가적 환경 등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서 부터 변하지 않으면 청년들은 녹색 진로에 대해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취업난으로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기성세대가 녹색산업에 대한 확실성을 심어주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고 말한다. 서울시의 녹색산업 관련 인력양성 교육도 그 일환이다. 올해에만 160여명 정도가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서울시는 교육과정을 더욱 체계화해 배출 인재들이 녹색산업 인프라의 큰 축을 담당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문 본부장은 “모든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시민들의 생각과 정책이 따로 놀아서도 안 된다”며 “이번 공모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녹색정책 참여의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