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콘텐츠 개발에는 창의성이 필수입니다. 광주와 춘천 애니메이션 센터를 기웃거리다 아예 모든 임직원이 제주도로 내려와 눌러 앉았어요. 2년이 흐른 지금 외주 사업을 줄이고 콘텐츠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200% 만족합니다.”
2011년 6월 24일 주변 만류를 뿌리치고 38세 CEO가 회사를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전한다. 나름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였지만, 이대론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모든 회사 자산을 매각해 제주도에 둥지를 틀었다.
신재중 피엔아이시스템 대표의 제주도 입성기다. 처음엔 모든 게 낯설었다. 바이어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로 출퇴근했고 초기 불편한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제주도가 애니메이션 사업을 하기에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신 대표는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상당수는 외주 용역관리 위주의 영세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이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자체 콘텐츠를 확보하고 차별화한 사업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피엔아이시스템은 이러닝 콘텐츠 제작업체로 출발했다. 수주 기반 영업이 대부분이었다. 자체 콘텐츠를 직접 개발하고, 사업화하기 위해 제주도를 찾았고 맞아 떨어졌다. 신 대표는 “이러닝 콘텐츠 경험은 3D애니메이션과 가상현실(VR) 시뮬레이션 사업에 토양이 됐다”며 “교육 기반의 솔루션에 3D 등 애니메이션을 조합해 미취학 아동이나 교육용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피엔아이시스템은 일반 손인형을 콘셉트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국제 공모전(AAR)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콘텐츠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대성창투로부터 10억원 자금을 유치하는 등 문화 콘텐츠 강소기업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인력 수급 문제도 해결했다. 고급 인력이 제주도에 올리 만무했다. 하지만 제주대학교, 제주도청과 협력해 별도의 제주 애니메이션 인력 양성과정을 만들었다. 이미 3명의 제주인력을 채용했다. 윈윈 전략이다. 신 대표는 “자체 콘텐츠를 창출하려면 많은 직원이 실시간 소통하고, 협업해야 한다”며 “우리 회사는 월례 회의대신 올레 회의(올레길 투어), 아이디어 회의를 한라산 일출봉에서 한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천혜의 경관이 아이디어가 되고, 동료의 `휴게소`겸 `회의실`이라고 말한다. 신 대표는 콘텐츠 개발을 위해 제주도로 내려와 `창의조직`을 만들었다. 신규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창의적 사업을 운영하는 팀이다. 이른바 `프리 프로덕션`이다. 창의 조직을 활용해 중국과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 공동 콘텐츠 사업을 준비 중이다. 제작비 등 리스크 요인을 줄이면서 공동 콘텐츠 판권을 나누는 방식이다.
현지 막바지 협상 단계다. 신 대표는 “한국의 3D 기술 등은 최고 수준이지만, 애니메이션 산업의 지원 정책은 아직 후진국 수준”이라며 “제주도에서 제 2의 뽀로로를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