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실성 없이 상상력만 풍부한 상상콘텐츠기금

박근혜 대통령이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공약으로 내건 `상상콘텐츠기금`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상상콘텐츠기금은 콘텐츠 소재를 쉽게 찾고 구매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콘텐츠 업종 창업 때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데 쓸 목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야심차게 추진 중이다.

상상콘텐츠기금은 콘텐츠 사업 발전에 꿈을 불어넣었지만 7500억원에 이르는 재원 마련과 국회에 상정조차 못한 `콘텐츠산업 진흥법 개정안` 처리 문제로 벽에 부딪쳤다. 기금은 애초 국고를 기반으로 하기로 했지만 국고 열쇠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기금 신설에 난색을 표시한 상태다. 지금 상황으로 입법은 물론이고 국고 지원, 기업 부담도 만만치 않다. 특히 기금의 일부를 콘텐츠유통 매출의 5% 이내로 하겠다고 하자 업계는 당황하는 분위기다.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 콘텐츠 산업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준조세 성격의 징수가 달갑지만 않다.

물론 방송통신발전기금이나 전력산업기반기금, 정보통신진흥기금 등도 기업 부담으로 재원을 마련해 운영하는 기금이다. 그런데 이들 기금이 상상콘텐츠기금과 다른 점은 주파수 경매나 독과점 사업 등 허가 산업에 부담금을 징수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수혜 기업이기 때문에 일정액을 기금으로 낼 수 있었다. 일종의 명분인 셈이다. 하지만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은 아직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혜택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금을 걷겠다고 명시한 법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진정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기금이라면 시간의 여유를 갖고 업계와 대화를 나눠야 한다. 상상콘텐츠기금 자체는 창조경제를 모토로 한 박근혜정부에 딱 들어맞는다. 산업계도 이런 재원이 궁극적으로 산업 전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정책을 `상상`만으로는 실현할 수 없다. 상상콘텐츠기금이 `공상`에 그치지 않으려면 재원을 부담할 당사자가 지갑을 열 수 있게 할 확실한 명분을 줘야 한다. 이 게 아직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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