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2.0]`2013 창업경진대회의 모든 것`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13년 주요 창업경진대회 개요

2013년 창업경진 대회가 `확` 바뀌었다. 지난해 천편일률적인 줄 세우기식 시상 대회가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기관마다 성격이 많이 달라졌다. 특히 `한 날 한 시 한 번` 프리젠테이션(PT)로 평가를 해 대상, 최우수상 등으로 등수를 매겼던 것과 달리 통과해야 하는 관문도 많아졌다.

심사위원 대부분도 실전에서 뛰는 벤처캐피탈 리스트라 대회에 나오는 사업아이템이 더 고도화되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이들이 직접 멘토진으로 활약하면서 대회 과정에서 실제적인 사업이 일어난다는 점도 또 다른 모습이다. 정부, 재단, 민간이 망라해 경진대회를 통해 대한민국 창업 붐을 일으키겠다는 기조는 변함이 없지만 다양한 기준과 특성화를 통해 실제투자가 이뤄지도록 `업그레이드` 되고 있어 주목된다.

심사위원 각오도 남다르다. 참가자가 심사위원 맞춤형 제안서 기획에만 시간을 투자해 대회 대부분이 `상 따먹기`식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기존에 어디선가 본 듯한 업체는 아예 선발 단계에서 무시한다. 팀장이 리더십이 출중하고 팀원 리소스(자원)이 좋아도 말이다. 지난 5월 KOTRA가 주최한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한 한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작년에 비슷한 대회에서 상을 받은 A업체는 일부러 0점을 주었다”며 “같은 아이템으로 여러 번 참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미 1년의 반이 지났고 진행 중인 대회가 대부분이지만 올해 창업경진대회 주최 기관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예비 창업가가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아이템을 만들어 사업화하는 시기가 통상 1년이 걸린다. 지금부터 팀을 꾸리고 브레인스토밍(아이디어 구상)을 시작해야 내년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주최 기관은 단발성 대회에 그치지 않고 2회, 3회를 개최해 경진대회의 레퍼런스(기준)를 만들려고 한다. 지금 당장 올해 열린 주요 창업경진대회를 숙지해야 하는 이유다. 한양대학교 기술사업화 과정을 수강 중인 한 학생은 “내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올해부터 교수님과 사업 계획서를 주고받으며 피드백을 받고 있다”며 “취업보다는 창업을 생각하는 학생이 많아지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올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많은 대회 중 가장 눈에 띄는 대회는 역시 중소기업청에서 주도하는 `2013 창업실전리그`다. 그간 대회를 운영하며 얻은 노하우가 올해 한꺼번에 쏟아졌다. 우선 경진대회 진행을 국내 유수 벤처캐피탈 6곳에 맡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들 벤처캐피탈은 접수부터 선발, 합숙까지 모든 과정에서 자신이 뽑은 업체들을 갈고 닦는다. 백미는 12월에 열리는 왕중왕전이다. 각 벤처캐피탈이 선발한 팀 끼리 `배틀`이 붙는 것이다.

창업실전 리그처럼 벤처캐피탈이 선발 전 과정을 책임지는 건 이 대회가 처음이다. `책임제`다보니 신경전도 만만찮다. 이미 몇 업체를 선발해 인큐베이팅을 하고 있는 VC 중 한 명은 “다른 VC가 어떤 업체를 양성하고 있는지 정보를 캐내려는 눈치 작전이 치열하다”며 “12월에 열리는 왕중왕전이 VC의 자존심 싸움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주영 창업경진대회도 만만치 않은 곳이다. 정주영 창업주의 혼을 깃들인 대회로 상당히 까다롭게 선발된다. 대회 진행 과정에서 `실제` 사업을 일으켜야 한다. 1차, 2차로 이어지는 사업화 과정을 통해 훌륭한 사업 계획서를 기반으로 이익을 남긴 팀이 최종 우승팀으로 선발된다. 한 참가자는 “몇 개월간 대회에 올인했다”며 “사업계획서와 현실은 90% 정도 달랐다”고 현실과 계획서 괴리에 대해 토로했다. 그만큼 실전에 바로 뛰어들 수 있는 팀을 선발하는 셈이다. 류중희 인텔코리아 상무, 권용길 네오플라이 센터장, 이현채 구글코리아 SPM,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한동헌 마이크임팩트 대표 등이 멘토링을 맡았다. 이들은 결선 직전 2팀을 선발해 2주간 사업 멘토링을 해준다. 오는 30일 열리는 결선에서 이들이 담당한 업체들이 PT를 펼친다. 그간 사업을 진행해오면서 느꼈던 점이 PT에 얼마나 실질적인 변화로 나타날지, 결선 관전 포인트다.

KDB나눔재단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에서 주최한 `더파이오니어(The pioneer)-베스트스타트업 오브 코리아` 대회도 남다른 구석이 있다. 이 달 중순 12대 1의 서류 심사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30개 업체가 본선을 거쳐 10장의 결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들은 9월 말에 예정된 결선을 앞두고 `실사` 심사를 받고 있다.

창업 및 기업경영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단이 직접 스타트업을 방문, 경진대회에서 설명했던 사업을 직접 검토하고 대표와 직원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하는 형태다. 계획서와 PT 상의 허울좋은 `말`이 아닌 실제 사업을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상금도 크지만 이를 일괄 지급하지도 않는다. 그만큼 꼼꼼한 대회다.

아직 개최되지 않은 대회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회는 단연 서울시 중소기업지원기관 SBA(서울산업통상진흥원)이 주최하는 `서울 T스타즈 2013`이다. 창업실전리그와 비슷한 성격으로, DSC인베스트먼트, 보광창업투자, 서울투자파트너스, 엘엔에스벤처캐피탈,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투썬인베스트 등 6개 벤처캐피탈사와 손잡고 진행한다.

상금도 36억원 규모로 크지만 기존 수여하는 데에 그치는 대회와 달리, 선정된 창업가에게 실제 투자가 진행된다. 투자된 창업팀은 SBA가 보유한 인큐베이터 시설에 입주해 컨설팅을 받는다. SBA 측은 “단순히 창업활성화를 위한 저변확대 차원의 경진대회가 아닌, 우수한 기술과 역량을 보유한 창업가를 발굴, 세계를 선도할만한 스타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본 글로벌(born global)` 추세에 맞춰 순수하게 세계 시장을 겨냥한 업체만 발굴하는 대회도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 20곳을 선발해 3000만원~1억원을 지원하고 내달 문을 여는 글로벌창업지원센터의 분야별 전문가를 통해 멘토링을 제공하고 창업 애로사항을 상시 자문토록 했다. 사업가이자 투자자로 경험이 풍부한 오덕환 대표가 센터장을 맡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현재 창업하여 제품(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도 글로벌 시장 출시를 목표로 현지화, 제품개선 등의 프로젝트(일명 피봇팅)를 계획하고 있다면 지원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NIPA뿐 아니라 미래창조과학부도 비슷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6월 35개 스타트업을 선정해 매월 60만원 운영비와 KT, NHN 등의 클라우드 개발 인프라(서버, SW 등) 무상제공 및 기술지원을 하고 있다. 투자자 대상 피칭기법, 마케팅, UX/UI, 외국어 등의 전문교육과 지적재산권 출원비용 및 법률·회계 상담 서비스 등도 지원한다.

본격적인 대회는 앞으로 11월경 열린다. 우수 서비스로 선정된 10개 팀에는 시상과 함께 창업지원금(최대 1억원~1000만원, 총 2억 8000만원)을 지급하고, 엔젤·VC 대상 투자설명회 등 투자유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실리콘밸리에서 IR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물론 유수 인큐베이팅 기관에 입주할 수 있다.

특화된 경진대회도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만으로 승부하는 대회다. KT가 개발자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해서 만든 에코노베이션(Econovation)은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앱 창업 배틀대회`를 연다. 우승자는 1000만원의 상금과 최대 2억원 펀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와 함께 창업공간을 제공하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DEMO 대회에 전시 부스 참가 기회까지 얻는다. 특히 9월초에 앱 배틀대전이 이루어지는 데 승리하면 KT 올레마켓에 입점할 수 있어 일거 양득이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