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퍼스트 무버, 스마트 선박이 이끈다

지난해 조선 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10년 이상 굳건히 지키고 있던 세계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줬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조선 수출액은 378억달러로, 중국(392억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선박 수주 점유율은 전체 수주량의 35%를 차지해 간신히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세계시장의 절반을 움직이던 과거 명성에 비하면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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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효자산업이다. 세계 10대 조선소 중 7개가 우리나라에 있다. 그런 조선업이 현재 부진을 겪고 있는 것은 중국이 낮은 인건비를 앞세워 가격 우위로 주문량을 가져간 탓도 있지만 사실 글로벌 경제위기 탓이 가장 크다. 세계경제가 침체되면 해운 물동량이 감소하고, 이는 선박 수요의 감소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조선 강국의 입지를 되찾아올 해답은 없는가. `스마트 선박`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조선업계에서 ICT는 선박 운용에 도움을 주는 기술 정도로 인식됐으나, 지금은 선박의 혁신을 이끄는 융합기술로 다시 평가받고 있다. 산·연 공동연구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선박융합 사례는 ETRI와 현대중공업이 공동 개발한 `IT기반 선박용 토털 솔루션`이다. 연인원 133명에 총 27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유·무선 선박 통합 네트워크(SAN) 기술은 선박 내의 엔진, 항해 시스템, 각종 센서, 제어기 등의 모든 상태를 한 화면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이다. ETRI는 현재 덴마크 AP 몰러(Moller) 등 내로라하는 세계 선주회사들에 120여척 가까운 배를 납품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말 모비안, 삼영이엔씨와 공동 개발한 해상통신용 디지털 무선통신시스템도 국내 선박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 기술은 해안으로부터 120㎞ 이내에 항해하는 모든 선박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등 데이터 통신 장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혁신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 기술에 비해 데이터 전송속도를 30배 이상 향상시킨 덕분이다.

최근 현대 중공업 등과 공동으로 개발한 `차세대 선박용 디지털 레이더`는 산·학·연·관 등 10개 기관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 이 반도체 고출력증폭기(SSPA) 레이더는 `선박의 눈` 역할을 하는 핵심부품이다.

기존 마그네트론 레이더보다 해상도가 2배 이상 높은데다, 비바람이 부는 등 기상조건이 좋지 않아도 10㎞ 밖에 있는 크기 70㎝짜리 소형 물체까지 탐지한다. 기존 제품 대비 2배나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핵심부품인 전력증폭기 수명도 기존 3000시간에서 16배나 향상시킨 5만 시간으로 연장했다.

우리나라가 조선강국의 위상을 탈환하고 지켜내는 일을 ICT를 통한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탄탄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의 선도전략 구사도 가능하리라 본다.

물론 명심해야 할 일도 있다. 연구개발 과정은 성과가 나타나는 그 순간까지, 보이지 않는 사투를 계속하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당장 눈앞의 결과물에 급급해하기보다는 탄탄한 기초·원천과제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ICT+조선은 물론이고 자동차, 국방, 섬유 등 다양한 전통산업과 융합할 수 있는 ICT로 우리나라가 조선강국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기술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지금이 승부를 걸, 국민의 성원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다.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hnkim@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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