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환의 젊은 경제]이젠 스마트 무버다 <15>스마트 무버 생태계 ④엔젤, 그대 이름은 `멋쟁이`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면 틀을 갖춘 벤처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막 싹을 틔우려는 초기 벤처에 투자하고 돕는 엔젤투자자의 존재도 필요하다. 사람들마다 엔젤투자자를 다르게 정의할 수 있겠으나 필자가 바라는 엔젤투자자의 모습은 `멋쟁이`다.

멋쟁이란 어떤 존재일까. 실용적 가치를 따지면서도 멋을 부릴 줄 아는 존재다. 맹목적으로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유행을 인정하면서도 자기 개성을 지키는 존재다. 남이 알아봐 주는 것을 즐기면서도, 그것을 뽐내지 않는 존재다. 그러면서도 자기 분수를 넘지 않고, 그런 자기를 속으로 자랑스러워하는 존재가 아닐까.

우리는 초기 벤처에 소액을 투자하면서 엔젤투자자처럼 행세하는 VC를 자주 본다. 초기 벤처에 투자만 하면 엔젤투자자의 임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필요조건은 되겠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초기 벤처에 VC가 투자하는 행위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당연히 반길 일이다.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엔젤투자자의 가치관이 VC의 가치관과는 좀 달랐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벤처에 투자하고 운용하는 존재가 VC라면, 자기의 여유자금을 가지고 벤처의 싹을 틔우는 존재가 엔젤투자자다. 이 점이 큰 차이를 만든다. VC가 투자효율에 가치를 둬야 한다면, 엔젤투자자는 자기가 좋다고 믿는 것에 가치를 둘 수 있다. VC가 알뜰한 소비자라면, 엔젤투자자는 멋을 내는 멋쟁이인 셈이다. 그래서 VC가 부리기 어려운 멋을 엔젤은 부릴 수 있다.

필자는 엔젤투자자의 참모습을 기대한다. VC가 투자 이익에서 기쁨을 얻는다면 엔젤투자자는 벤처의 성장에서 기쁨을 얻기를. VC가 냉정한 분석적 지원을 한다면 엔젤투자자는 따뜻한 포괄적 배려를 하기를. VC가 아버지라면 엔젤투자자는 어머니이기를 기대한다. 엄격한 아버지와 따듯한 어머니의 보살핌이 잘 어우러질 때 자식이 더 잘 성장할 수 있듯이 엔젤투자자의 도움을 받은 벤처의 성공 확률은 그렇지 못한 벤처보다 더 높다.

엔젤투자자를 이런 멋쟁이의 모습으로 그리고 싶다. 멋쟁이가 멋을 낼 때 돈을 따지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고 이를 자랑하는 것처럼, 기쁨과 만족의 진원이 투자된 돈이 아닌 행위 자체의 자부심에서 생겨나길 바란다. 험난하고 냉정하기 그지없는 이 금전만능 사회에서 필자의 바람을 두고 “꿈도 야무지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영문도 모르고 벤처에 투자하면 눈먼 돈, 눈먼 행동일 수 있겠으나, 알고 투자한다면 그것은 멋진 돈이고 멋진 행동이다. 그 멋으로 잘 투자하고 키워서 돈까지 벌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런 멋쟁이가 벤처 생태계에 넘쳐날 때 더 많은 스마트 무버(Smart Mover) 성공 사례가 나올 것이다. VC의 평가잣대 안에 들지 못해 투자 사각지대에 놓인 벤처도 자기와 맞는 엔젤투자자를 만나 성장할 수 있다. 더 많은 다양성과 창조성이 생태계를 흐르게 되고, 그래서 더 많은 그런 벤처가 성공하게 된다. 이것은 바로 부가가치 높은 일자리 창출이고 우리 젊은 경제를 이루는 데 큰 보탬이 된다.

그래서 엔젤투자자에게 지금처럼 세금감면 등 재무적 혜택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좀 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사회에서 회자되고, 부각되고, 가치가 인정되고, 멋이 표출되는 장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멋쟁이 엔젤투자자가 어떤 벤처에 투자해 어떻게 키웠다는 식의 성공담을 접한 기억도 매우 까마득하다. 투자자가 자발적으로 찾아오게 하는 엔젤사단 Y콤비네이트(Y Combinator)의 폴 그레이엄을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우리에게도 그런 조명을 받을 사람이 줄줄이 나와야 한다. 또 그들을 집중 조명해줘야 한다. 멋쟁이들 뒤에서 그들이 잘해내는 지를 뒷짐지고 지켜보기만 할 게 아니라 멋쟁이들의 행위를 칭찬하고 부각시켜 더 많은 멋쟁이가 나올 수 있게 만드는 그런 환경이 필요하다.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초빙교수 dwight@snu.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