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해외 특허괴물 공세에 대비해 연합전선 펼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해외 특허 괴물의 공세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특허 공격에 따른 소모전을 피하고, 신기술 개발에 집중해 미래 먹을거리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 선두인 두 회사의 협력이 해외 특허 괴물에 대한 방어막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특허와 관련 포괄적인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국내 반도체업체 간 포괄적 특허를 공유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회사는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특허도 공유한다.

두 회사의 특허 공조 논의가 시작된 것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밑작업을 벌였지만 메모리 시장 치킨게임이 가열된 탓에 성과는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일본·대만 후발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반도체 가격이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서 협상은 빠른 속도로 재개됐고 지금의 결과를 도출했다.

그동안 국내 반도체 업계는 해외 특허 괴물의 공세에 번번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대만·일본 등 해외와 달리 국내 업계는 공동 대응보다는 개별기업 차원의 방어에만 집중한 탓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램버스와 지난 13년 동안 특허분쟁을 벌이다 최근에서야 마무리했다. 램버스는 5년간 2억4000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SK하이닉스에 대한 모든 특허소송을 취하했다. 삼성전자도 매년 수억달러의 특허 사용료를 해외 업체에 지불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특허 협력을 계기로 반도체 교차 구매도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용 모바일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에 공급 계약을 제안했다.

애플 등 해외 스마트폰업체에 가격 협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은 SK하이닉스·도시바 등으로부터 메모리반도체를 구매한 후 저장용량별로 가격대가 다른 아이폰·아이패드에 탑재해 투입 원가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애플은 낸드플래시 구매 차익으로만 200억달러가량의 이익을 거뒀다.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를 16·32·64GB 등 저장용량별로 100달러씩 비싸게 판매한다. 지난해 8GB 낸드플래시 연평균 고정가격이 4.63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원가는 16GB 10달러, 32GB 20달러, 64GB 40달러 수준에 비해 SK하이닉스·도시바 등 낸드플래시 공급업체는 2~3%의 낮은 수익률밖에 내지 못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협력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 매우 긍정적인 소식”이라며 “특허 공격에 따른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고, 공급자 우위의 시장 구도를 장기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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