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들의 부당한 단가인하 근절 대책을 13일 내놓았다. 대기업과 1차 협력사 사이는 물론이고 2·3차 협력사까지 망라한 부당거래 방지 대책이다. 헐값이나 공짜 유지 관리로 어려움을 겪는 소프트웨어(SW)산업계까지 세심하게 살폈다. 정부가 업계 현안을 제대로 짚어 모처럼 일다운 일을 한다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
부당한 단가 후려치기는 모든 업계에 고질이다. 특히 기술 업계가 심각하다. 한 달이 멀다 하고 단가 인하 협상을 벌인다. 협력사 영업이익이 늘어나면 이를 근거로 단가 인하를 요구하기도 한다. SW업체들의 고통은 더하다. 최저가 입찰로 이익이 남지 않는 일을 수주하기 일쑤인데 공급 이후 거의 대가를 받지 않고 유지·보수를 해줘야 한다. 부당 단가 인하는 이른바 `갑`이 저지른 각종 횡포의 축소판이다.
중소기업들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제발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갑의 특권을 버리지 않겠다는 원청업체의 욕심과 정부의 허술한 감시감독과 타성적인 정책으로 늘 묵살되는 결과를 빚었다. 이 구조가 제대로 고쳐지지 않으면서 그릇된 관행은 1, 2차 협력사까지 번졌다. 그 결과 생태계가 죽었다.
정부의 종합대책은 이 죽은 생태계를 되살리겠다는 뜻이다. 하도급법 개정뿐만 아니라 부당행위 고발 강화 등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했다. 원청·하청업체간 영업이익률 격차가 큰 업종을 중점 감시하겠다는 것도 정교한 예방책으로 보인다. SW 유지관리 현실화도 무척 기대된다. 정부가 공공 프로젝트에서 민간기업도 뒤따를 만한, 확실한 선례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업계는 환영하면서도 일말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과거 정부 정책도 발표 때엔 지금처럼 장밋빛이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원칙을 갖고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협력사는 물론이고 원청 업체들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풍토를 조성한다.
종합 대책만 제대로 시행해도 최근 우리 경제·사회 화두인 `경제 민주화`도 거의 이룰 수 있다. 대기업 위주인 원청업체들은 정부 대책이 없더라도 스스로 부당 거래 행위를 근절하려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경제민주화에 편승한 과도한 신규 규제를 반대하는 가장 확실한 명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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