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산업 활성화를 위해 조성하는 상상콘텐츠기금을 놓고 잡음이 심하다. 자발적인 참여에 따른 조성이 아니라 사실상 `갹출`에 가까운 것으로 나오자 기업들이 반발했다. 여기에 국회가 매출의 5%까지 내도록 하는 콘텐츠산업진흥법개정안까지 상정하자 기업 반발은 분노로 확산될 태세다. 급기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2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민간업체에서 강제로 징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토로해야 했다.
행정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행위다. 권리를 침해하거나 과도한 의무로 피해를 줄 수 있어 늘 신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고 절차를 밟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아무리 명분과 취지가 좋아도 저항을 부르고, 결국 실패하게 마련이다. 상상콘텐츠기금 조성이 딱 그 짝이다.
명분은 이렇다. 영세한 콘텐츠산업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과 산업을 키우자는 취지다. 하지만 왜 이 기금을 콘텐츠 기업들이, 그것도 매출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떼어내야 하는지 타당한 논리가 없다. 카지노, 경마와 같이 높은 이익이 예상되는 사행성 사업이나 국가 자산인 주파수를 임대하는 통신사업에는 이러한 기금 조성 근거가 뚜렷하다. 정부가 콘텐츠업체에 따로 특혜를 준 것도 아닌데 이런 기금을 조성할 근거는 없다.
그나마 비슷한 것이 있다면 영화발전기금이다. 하지만 이 기금도 영화 관람료에 일률적으로 떼었다. 소비자 부담이었지 영화사나 극장별로 갹출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러한 기금도 늘 타당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부와 정치권의 계획은 한마디로 대형 콘텐츠 업체로에서 걷은 기금을 영세한 콘텐츠업체 중심으로 뿌리겠다는 것이다. 정작 영세 기업과 산업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영세 업체들은 자잘한 기금 지원금보다 정부가 대형 콘텐츠업체의 횡포를 바로잡거나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을 더 절실히 원한다. 효과도 더 있다.
상상콘텐츠기금 아이디어는 과거 폐지한 문예진흥기금을 떠올리게 한다. 구태다. 정부는 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멈칫하지만 아예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먼저 학문적인 근거가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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