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분야 세계 1위 기업 간 결합으로 관심 모은 네덜란드 ASML과 미국 사이머간 인수합병에 대해 정부가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조건부 승인 조치를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ASML과 사이머간 수직 결합이 불공정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판매부문 독립적 운영 등의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대만,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도 조건부 승인을 한 셈이다. 네덜란드에 본사가 있는 ASML은 반도체 핵심 장비인 노광기 세계 1위 기업이다. 지난해 10월 16일 반도체 광원(레이저) 분야 세계 1위인 미국 사이머 주식 100%를 취득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13일 한국 등 6개국 당국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ASML의 세계 노광기 시장 점유율은 83%에 달한다. 니콘(16%)과 캐논(1%)이 뒤를 잇는다. 노광기는 레이저로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필수 장비다. ASML이 인수한 사이머는 노광기에 사용되는 광원 세계 시장 점유율이 72%로 압도적 1위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1년말 기준 ASML 최대 고객은 삼성전자(23.3%)와 하이닉스(11.1%)다.
공정위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노광기를 거의 대부분 ASML에서 수입하고 있어 이번 인수에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어 제재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시정 조치는 △ASML과 사이머가 판매 부문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 △기밀 정보 교류 방지를 위한 시스템 마련 △광원 구매 및 판매 시 공정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차별하지 않을 것 △노광기 판매 시 부당한 거래 거절 등 남용 금지 등 총 4가지다.
ASML은 이들 조항의 준수 여부를 향후 5년간 매년 공정위에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우리나라 외에 미국, 이스라엘, 대만, 독일 등 5개국 경쟁당국도 심사를 진행했는데 대만과 일본만 우리처럼 조건부 허용하고 나머지 나라들은 조건 없이 승인했다.
신영호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혁신을 감안, 즉 동태적 효율성을 공정위가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