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억원이나 들인 '부산 콘텐츠마켓' 총체적 부실

부산콘텐츠마켓(BCM)이 부실한 프로그램과 운영 행태로 참가 기업 및 관람객의 빈축을 샀다.

올 해로 7회째인 BCM은 각종 거래 실적 포장 의혹과 더불어 역대 최악의 행사라는 오명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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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M이 부실운영으로 빈축을 샀다. 행사 마지막날인 11일 오전부터 텅 빈 BCM마켓 행사장 전경

BCM 마지막 날인 지난 11일, 메인 행사장인 벡스코 내 BCM마켓은 오전 10시였지만 부스 대부분이 비었다. 중앙 비즈니스 라운지에도 참가업체 관계자 몇 명만이 앉아 업무와는 관계없는 잡담을 이어갔다. 마켓 공식 종료 시간은 오후 2시다.

노트북 등 장비를 정리하던 한 종합편성채널 관계자는 “아침에 나와 보니 다른 업체들은 이미 다 정리해 떠났고, 찾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미리 정리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 업체 부스는 더 심했다. 베트남 방송 업체 관계자는 “어제 몇 건의 상담 외에는 실적이 없다. 행사 기간이 오늘까지로 알고 나왔는데 아니었냐”며 되레 물어왔다.

`한류 콘텐츠 세계화의 거점`, `아시아 최대 콘텐츠 마켓`이라는 BCM의 위상이 `허상`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사흘간 BCM을 지켜본 결과, 세계 50개국 540여개 업체, 1200여 명의 바이어 및 셀러가 참가했다는 BCM조직위원회의 설명은 사실과 크게 달랐다. 마켓 참가 업체 부스는 200개에도 못 미쳤고, 행사장을 찾은 바이어와 셀러는 수백 명에 불과했다.

BCM조직위는 바이어 및 셀러 초청 비용으로 10억원을 넘게 썼다.

BCM마켓에 참가한 지역 방송콘텐츠업체 대표는 “콘텐츠를 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고사하고, 알릴 수 있는 기회마저 거의 없었다”며 “20억원이 넘게 쓰인 행사로 아는데 이 모양이라니 한심하다”고 말했다.

부실한 운영은 마켓뿐이 아니었다.

BCM의 전시 행사인 BCM플라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는 주최 측 얘기와 달리 2억원짜리 어린이 놀이터로 전락했다.

전시장 대부분은 어린이 놀이기구가 차지했다. `어린이 교통교실` 등 정체가 모호한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다. 토요일이었지만 찾아오는 관람객은 극소수 어린이 뿐이었다.

전시장내 `방송·애니메이션 역사관`은 관람객의 비웃음을 샀다. 주요 국산 애니메이션 소개와 방송 프로그램 변천 과정을 부스를 둘러싼 천조각 위에 써 놓은 게 콘텐츠의 전부였다. 단 한 대 설치된 소형 모니터는 꺼진 채 방치돼 있었다.

BCM측은 부실 운영의 원인을 외부 환경 탓으로 돌렸다.

BCM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올 들어 불거진 한반도 위기 상황과 엔저 영향 때문인지 개막을 1~2주 앞두고 불참을 통보해 온 해외 업체와 바이어, 셀러가 많았다”고 궁색한 대답을 내놨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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